AdSense 팀과 Firebase 팀이 다른 건 아는데, 욕은 구글이 다 먹습니다
오늘 오전 9시 40분쯤부터 iOS 앱이 켜자마자 꺼진다는 이슈가 GitHub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Firebase iOS SDK 저장소의 16728번 이슈입니다.
처음 글을 쓴 사람은 업데이트를 하나도 안 냈는데, 이미 배포돼 있던 빌드 네 개가 같은 시각에 한꺼번에 죽기 시작했다고 적었습니다. 18분 만에 56명이 튕겼다고요. 앱이 켜지면 Firebase Analytics가 서버에서 실험 설정을 받아오는데, 그 응답을 받고 1초도 안 돼서 앱이 죽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크래시 로그까지 붙여서 설정을 롤백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댓글은 금방 수백 개가 됐습니다. 읽어 보면 다들 비슷한 말입니다. 우리도 아무것도 안 건드렸는데 죽는다, 몇 시 몇 분부터다, 로그가 똑같다. 그리고 중간중간 "구글 뭐 하냐"는 말이 섞여 있었습니다.
저도 속으로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구글 뭐 하는 거냐. 그런데 제 경우는 Firebase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AdSense 재검토 결과도 왔거든요. 「가치가 별로 없는 콘텐츠」. 2월부터 듣고 있는 그 한 줄입니다.
2월부터 같은 한 줄을 듣고 있습니다
처음 거절을 받았을 때는 그냥 "왜 안 되지" 정도였습니다. 블로그를 막 키우던 때라 짧은 글이 많았고, 그러니까 글이 얇아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틀린 추측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급하게 올린 짧은 글들이 실제로 좀 부끄러웠거든요. 그래서 그 글들을 내렸습니다. 남은 글은 길고, 사진도 있고, 서로 링크도 걸려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다시 신청했습니다.
같은 한 줄이 왔습니다.
두 번째부터는 기분이 좀 달랐습니다. 이번엔 제가 뭘 놓쳤나 싶어서 사이트를 구석구석 뒤졌습니다. 그러다 blog.apple-io.com 이라는 하위 도메인을 찾았습니다. 예전에 워드프레스를 한번 깔아 보고 잊어버린 주소였는데, 설치 직후 화면 그대로 검색엔진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제목에 오타가 난 채로, 「Hello world!」 글 하나만 달랑 올라가 있는 상태로요. AdSense는 루트 도메인을 등록하면 그 아래 하위 도메인까지 같이 본다고 합니다. 그걸 알고 나서는 솔직히 좀 반가웠습니다. 드디어 원인을 찾았다 싶었거든요. 이렇게 엉망인 페이지가 붙어 있으면 거절당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위 도메인을 지웠습니다. 검색 결과에서 읽기만 해도 무슨 글인지 알 수 있게 제목도 여러 편 고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재검토를 넣었습니다.
같은 한 줄이 왔습니다. 그게 오늘입니다.
이번에는 솔직히 좀 짜증이 났습니다. 원인을 찾았다고 믿었던 만큼 더 그랬습니다. 하위 도메인은 제가 찾을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그럴듯한 원인이었고, 그걸 치웠는데도 같은 문장이 오면 더 의심할 게 별로 남지 않습니다. 글이 얇은 것도 아니고, 엉뚱한 페이지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블로그 소개와 연락처, 개인정보처리방침도 다 있고, 사이트 소유권 확인은 처음부터 통과였습니다. 거절 문장만 보면 AdSense는 제 블로그가 가치 없다고 계속 우기고 있는데, 저는 이제 뭘 반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거절을 확인하고 나서 글 끝마다 붙어 있던 출처 목록까지 걷어냈습니다. 확인한 자료를 날짜와 함께 줄줄이 적어 둔 부분인데, 다시 보니 사람이 쓰는 블로그 글이 그렇게 끝나지는 않더라고요. 이게 원인인지는 모릅니다. 모르는데 고쳤습니다. 이쯤 되면 원인을 찾는다기보다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에 가깝습니다.
이번 일에서 제가 제일 지치는 건 거절 그 자체가 아닙니다. 매번 틀렸다는 것만 알고 어디가 틀렸는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가설을 세우고, 고치고, 넣고, 기다리고, 같은 문장을 받습니다. 그 문장은 지난번 가설이 틀렸다는 것만 알려주고 다음 가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합니다.
개발하는 사람한테 익숙한 말로 바꾸면, 테스트가 실패했는데 로그 없이 FAIL 한 단어만 찍히는 CI입니다. 어느 테스트가 실패했는지도, 몇 번째 줄인지도 안 나옵니다. 이런 CI를 오래 쓰면 사람은 결국 아무거나 고치기 시작합니다. 고친 것 중 하나가 걸리면 좋고, 안 걸리면 또 다른 걸 고칩니다. 제가 2월부터 한 일이 딱 그거였습니다. 고치는 일 자체는 괜찮습니다. 고칠수록 블로그가 나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뭐가 나아져서 통과할지, 통과하긴 하는 건지, 그걸 모르는 채로 계속 고치고 있습니다.
같은 날 구글은 장애 보고서를 꽤 잘 썼습니다
다시 Firebase 이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늘 이 이슈 스레드를 끝까지 읽으면서 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구글이 여기서는 설명을 꽤 잘했거든요.
Firebase 쪽 엔지니어가 처음 댓글을 단 건 한국 시각으로 오전 10시 54분이었습니다. 팀이 알고 있고 조사 중이라는 짧은 말이었습니다. 11시 24분에는 원인을 찾아서 롤백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12시 16분에는 수정 배포가 끝났는데, 캐시 때문에 일부 앱은 다음 갱신 때까지 더 죽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반쯤 정리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 정리 글이 제대로 된 장애 보고서였습니다. 언제 시작됐는지 분 단위로 적혀 있습니다. 원인은 SDK가 받은 페이로드의 형식이 잘못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정은 언제 끝났는지, 개발자가 SDK를 업데이트할 필요는 없다는 것, 캐시 때문에 최대 네 시간 정도는 더 죽는 앱이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 날짜 하나는 하루 밀려 적힌 것 같았는데, 오늘 같은 날 그 정도는 넘어가도 된다고 봅니다.
아쉬운 건 있습니다. 첫 댓글까지 한 시간 넘게 걸렸고, 그 한 시간 동안 개발자들은 서로 크래시 로그만 붙여 넣고 있었습니다. 자기 앱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무슨 조치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요. 그래도 결국 설명은 나왔습니다. 무엇이 잘못됐고, 누가 고쳤고, 언제 끝나는지.
저는 이 차이가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같은 구글인데 한쪽은 원인과 시각을 분 단위로 적어 주고, 다른 쪽은 반년 넘게 같은 한 줄만 보냅니다.
물론 사정은 다릅니다. Firebase 장애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같은 문제를 겪었고, 그 사람들이 한 스레드에 모여서 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Firebase를 쓰는 개발자는 구글의 고객입니다. 화가 나면 다른 서비스로 옮길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설명을 해야 합니다.
AdSense를 신청하는 쪽은 사정이 반대입니다.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거절당한 사람이 화가 나서 떠나도 구글은 잃는 게 거의 없습니다. 들어오겠다고 줄 선 사람은 계속 있으니까요. 들어가려는 쪽한테는 설명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저도 이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구글 규모면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사이트가 신청을 할 거고, 한 사이트마다 이유를 길게 적어 줄 수는 없을 겁니다. 게시자 정책에도 가치가 낮은 콘텐츠가 있는 화면에는 광고를 못 붙인다는 정도로만 적혀 있습니다. 거기서 더 자세한 기준을 기대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를 길게 적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페이지를 보고 그렇게 판단했는지, 그것 하나만 알려줘도 됩니다. Firebase 팀이 오늘 아침에 크래시 로그를 보고 원인을 찾은 것처럼, 저도 가리키는 페이지가 있으면 그걸 보고 고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이트 전체를 놓고 어디가 문제인지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이걸 못 하는 회사도 아닙니다. 같은 구글의 Search Console은 페이지마다 상태를 알려 줍니다. 어느 주소가 검색에 들어갔고 어느 주소가 왜 빠졌는지, 「크롤링됨 - 현재 색인이 생성되지 않음」 같은 사유를 주소 하나하나 옆에 붙여 줍니다. 그 사유도 답답할 때가 많지만, 적어도 어느 페이지 이야기인지는 압니다. 제 블로그의 글 목록은 Search Console도 보고 AdSense도 봅니다. 한쪽은 주소마다 이유를 달아 주고, 다른 쪽은 사이트 전체에 한 줄을 붙입니다. 한 회사 안에 페이지 단위로 설명하는 방법이 이미 있는데, 그 방법이 AdSense 심사까지는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팀이 다르다는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오늘 이슈를 읽으면서 하나 더 걸린 게 있습니다. 앱을 쓰는 사람들은 Firebase가 뭔지 모릅니다. 앱이 켜자마자 꺼지면, 그 사람들은 앱을 욕합니다. 별점을 깎고 "업데이트하고 나서 안 켜져요" 같은 리뷰를 답니다. 정작 그 앱 개발자는 아무것도 업데이트하지 않았는데도요. 구글 서버가 보낸 설정 하나 때문에, 앱 이름을 걸고 있는 개발자가 욕을 먹습니다.
욕은 원인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가장 눈에 보이는 이름으로 갑니다. 앱 사용자한테 제일 잘 보이는 이름은 앱이고, 개발자한테 제일 잘 보이는 이름은 구글입니다.
스레드 중간에 한국어 댓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엄한 백엔드 개발자들만 조졌네. 빨리 고쳐내라 구글넘들아." 밑에 영어로 같은 말을 한 번 더 적어 놨더라고요. 이 한 줄이 오늘 일을 제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앱이 죽으면 회사 안에서 제일 먼저 불려 가는 건 그 앱을 만든 개발자들입니다. 서버를 봤다가, 최근 배포를 봤다가, 아무것도 안 바꿨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GitHub에 와서 다른 사람들도 똑같다는 걸 압니다. 그 시간 동안 욕은 이미 엉뚱한 사람들이 먹고 있었습니다.
영향받은 앱 목록도 꽤 길었습니다. DoorDash 쪽 개발자는 자기네 앱들에서 수천 건이 터졌다고 했고, GoDaddy, 멕시코 Home Depot, 항공사 앱 두 개를 운영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작은 회사라서 이게 너무 크게 다가온다는 댓글도 있었고, 사용자 40%가 크래시를 겪었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오류가 오래된 SDK 버전에서도 똑같이 났다는 보고가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몇 달 전에 낸 가장 오래된 빌드까지 같이 죽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들 Firebase Analytics를 넣어 두기만 했고, 직접 호출한 적도 없는 코드였습니다. 누군가는 "직접 부른 적도 없는 SDK가 앱 전체를 내릴 수 있다니 참 대단하다"고 비꼬았습니다.
스레드 안에서 먼저 원인을 짚은 것도 개발자들이었습니다. 빈 앱에 Firebase만 넣고 서버 응답을 붙잡아서 이름이 비어 있는 설정 항목 하나를 찾아냈고, 다른 사람은 그 증상을 오프라인에서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구글 쪽 첫 댓글이 달리기 전에 이미 스레드 안에서 원인이 거의 정리돼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누군가가 이런 응답이 다시 와도 앱이 죽지 않게 막는 수정 코드까지 따로 올렸습니다. 구글도 안에서 따로 원인을 찾았겠지만, 밖에서 보이는 순서로는 장애를 낸 쪽은 구글인데 원인과 재발 방지책을 먼저 공개적으로 내놓은 건 피해를 본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스레드에서 몇 사람이 Firebase 공식 상태 페이지에 이 장애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오후에 장애 기록을 찾아봤는데, 공식 상태 페이지에서도 외부 장애 추적 사이트에서도 오늘 날짜로 잡히는 게 없었습니다. 수백 개 앱이 동시에 죽고 있었는데 상태 페이지는 조용했던 겁니다. 제가 그 이슈를 모르고 상태 페이지만 봤다면, 오늘 Firebase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른 팀인 건 압니다
저도 압니다. AdSense를 심사하는 사람들과 Firebase Analytics 실험 설정을 배포한 사람들은 서로 모를 겁니다. 같은 회사라고 해도 조직도 다르고 건물도 다르고 어쩌면 사는 대륙도 다를 겁니다. AdSense 심사팀은 오늘 아침 iOS 앱들이 죽은 일에 아무 책임이 없고, Firebase 팀은 제 블로그가 거절당한 일에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회사를 다녀 본 사람이면 이게 어떤 기분인지 압니다. 다른 팀이 낸 장애 때문에 우리 팀까지 같이 욕먹는 일은 흔합니다. 밖에서 보면 다 같은 회사니까요. 억울하지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오늘 저는 Firebase 팀을 욕한 게 아니라 구글을 욕했습니다. AdSense 팀을 욕한 것도 아니고 구글을 욕했습니다. 두 팀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입에서 먼저 나온 건 "구글 뭐 하는 거냐"였습니다. AdSense 때문에 반년 넘게 쌓여 있던 짜증이, 오늘 아침 Firebase 이슈를 보는 순간 한꺼번에 구글이라는 이름 쪽으로 향했습니다.
스레드에서 본 댓글 하나가 이 기분을 정확하게 적어 놨습니다. 사용자들이 소리 지르고 화내는 게 늘 싫었는데, 어쩌다 보니 자기가 그 사용자가 됐다는 말이었습니다. 개발자는 평소에 "이건 저희 쪽 문제가 아니라 외부 서비스 문제입니다"라고 설명하는 쪽에 서 있습니다. 그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사용자는 앱 이름을 보고 화를 내지, 앱 안에 무슨 SDK가 들어 있는지 보고 화를 내지 않으니까요. 그걸 알면서도 오늘은 저도 구글이라는 이름을 보고 화를 냈습니다. 제가 평소에 억울해하던 그 사용자 쪽에 오늘은 제가 서 있었던 겁니다.
이게 이름 하나로 묶인 회사의 대가인 것 같습니다.
좋을 때는 그 이름이 신뢰를 빌려줍니다. 많은 개발자가 Firebase를 고르는 이유 중에는 "구글이 하는 거니까 쉽게 없어지지는 않겠지"도 들어 있을 겁니다. 제가 AdSense를 신청한 것도 광고 플랫폼 중에 구글 것이 제일 믿을 만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하나하나를 따져 보고 고른 게 아니라 구글이라는 이름을 믿고 고른 겁니다. 사실 구글은 멀쩡히 쓰던 서비스를 어느 날 닫아 버리는 회사로도 유명합니다. 짧은 주소 서비스도 그렇게 닫혔고, 그 목록만 모아 둔 사이트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또 구글이라는 이름을 보고 고릅니다. 이름이 빌려주는 신뢰가 그만큼 셉니다.
나쁠 때는 그 이름이 욕을 모읍니다. 이름을 믿고 고른 사람들은, 실망할 때도 이름을 향해 실망합니다. 서비스 하나하나를 따져 보고 고른 게 아니니까, 탓할 때도 서비스 하나하나를 따로 탓하지 않습니다. 이름으로 빌린 신뢰는 이름으로 갚게 됩니다. 오늘 아침 Firebase 팀이 낸 장애의 값을, 오늘 오후 제 머릿속에서는 AdSense와 Gemini가 같이 치르고 있었습니다.
"대기업이 이래도 되냐"는 말도 오늘 몇 번 했습니다. 되긴 됩니다. 떠날 데가 마땅치 않으니까요. Firebase를 대체할 서비스는 있지만 이미 앱에 깊이 들어가 있는 SDK를 오늘 하루 장애 때문에 걷어낼 팀은 거의 없을 겁니다. AdSense를 대신할 광고 플랫폼도 있지만, 개인 블로그가 고를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몇 개 안 됩니다. 그래서 이 말은 사실 "이래도 내가 못 떠난다는 걸 알고 있지 않냐"에 더 가깝습니다. 그게 제일 짜증나는 부분입니다.
Gemini도 같은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오늘 구글 욕을 하다 보니 Gemini 생각까지 났습니다.
저는 솔직히 Gemini를 형편없다고 보는 쪽입니다. 잘 쓰지도 않습니다. 몇 주 전에 Gemini를 안 쓰는 이유를 따져 본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도 안 쓰기로 결정한 기억은 없고 그냥 손이 안 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같은 봉제인형 프롬프트를 ChatGPT와 Gemini에 넣어 봤을 때도 처음 결과를 본 순간에는 Gemini가 엉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읽어 보니 Gemini가 프롬프트를 더 충실하게 따른 거였는데, 첫인상은 그랬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평가가 공정한지 한번 따져 봤습니다.
숫자로 보면 Gemini가 지금 위쪽에 있는 건 아닙니다. 모델을 같은 과제로 재서 점수를 매기는 Artificial Analysis의 이번 달 기록을 보면, 지난주에 나온 Opus 5.5가 58점으로 맨 위에 있고 GPT-6 Sol이 48점, Grok 4.7이 46점입니다. 구글의 가장 최근 모델인 Gemini 3.8 Flash는 41점입니다. 점수만 보면 형편없다는 제 느낌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 비교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상대편은 전부 각 회사의 주력 모델인데, 구글 쪽은 Flash입니다. 싸고 빠른 쪽을 노리고 만든 모델입니다. 구글의 가장 높은 등급 모델은 여전히 2월 19일에 나온 Gemini 3.1 Pro입니다. 그 뒤로 일곱 달 동안 새 Pro는 없었고, 그 사이에 Flash만 석 달에 세 번 나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AdSense와 씨름하기 시작한 달에 나온 Pro 모델이 아직도 구글의 맨 위 모델인 셈입니다. 물론 우연입니다.
Artificial Analysis는 3.8 Flash에 대해 점수보다 다른 쪽을 강조했습니다. 같은 과제를 푸는 데 드는 비용 대비 성능으로 보면 가장 효율적인 모델들 사이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이번 달 다른 회사들이 새 모델을 내면서 너도나도 가격 이야기를 했는데, 구글은 그 싸움을 여름부터 Flash로 하고 있었던 겁니다. 제일 똑똑한 모델로 1등을 하는 대신, 쓸 만한 모델을 제일 싸고 빠르게 자주 내는 쪽을 고른 것처럼 보입니다.
전략이라면 전략인데, 옆에서 다른 회사들이 달려가는 속도를 보면 마음이 좀 급해집니다. 이달 초에 사흘 연속으로 새 모델이 나왔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앤트로픽은 9월 1일에 Fable 5.1을 내고 3주 만에 그 수준을 더 싼 Opus 5.5로 내려보냈습니다. OpenAI는 GPT-6 Astra를 낸 지 3주 만에 Sol과 Luna를 더 냈고, 내일 새벽에는 DevDay까지 합니다. xAI는 머스크가 출시를 몇 번이나 미루더니 결국 Grok 4.7을 냈습니다. 세 회사 모두 이번 달에 자기 주력 모델을 한 단계씩 올렸습니다.
그 사이에 구글이 올린 건 Flash였습니다. 주력 모델끼리 붙는 경기에 구글만 다른 체급으로 나온 모양새입니다. 그러니 비교표를 그리면 Gemini가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이 일부러 그 경기를 피한 건지, 아직 낼 Pro가 준비되지 않은 건지는 밖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유가 뭐든 결과는 같습니다. 이번 달 새로 나온 모델들 이야기를 할 때 Gemini 이름이 잘 안 나옵니다.
게다가 싼 쪽 경기도 이번 달부터는 구글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OpenAI가 Sol과 같이 낸 GPT-6 Luna는 출력 100만 토큰에 50센트입니다. Gemini 3.8 Flash는 연말까지 적용되는 할인가로도 3.75달러입니다. 성능 등급이 달라서 가격만 놓고 비교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도 구글이 싸고 빠른 쪽을 자기 경기로 삼았다면, 그 경기에도 이제 만만치 않은 상대가 들어온 겁니다. 위쪽 경기에서는 비켜서 있었는데, 아래쪽 경기에는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면 제가 Gemini를 형편없다고 느끼는 이유의 절반은 모델 때문이 아니라 이름 때문입니다.
xAI가 이 모델을 냈다고 해 보겠습니다. 저는 아마 "싸고 빠른데 꽤 괜찮네" 했을 겁니다. 이름 없는 스타트업이 냈으면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대단하다"고 했을 거고요. 그런데 구글이 내면 "구글이 이것밖에 못 하나"가 됩니다. 검색을 만든 회사, 안드로이드를 만든 회사, 지금 쓰는 언어 모델들의 바탕이 된 트랜스포머 논문을 낸 회사. 구글이라는 이름은 기대치를 처음부터 맨 위에 걸어 둡니다. 그 이름으로 4등 점수를 내면, 4등보다 더 못해 보입니다.
Gemini가 억울할 부분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오늘 제 머릿속에서 Gemini는 AdSense 거절과 Firebase 장애의 몫까지 같이 깎였습니다. Gemini 팀은 둘 다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요. 이것도 앞에서 적은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이름 하나 밑에서 모든 팀의 성적이 합산됩니다. 한 팀이 잘하면 다른 팀도 덕을 보고, 한 팀이 사고를 치면 다른 팀도 같이 점수를 잃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Gemini를 다시 쓰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름 때문에 박하게 보는 부분을 빼도, 제 하루에는 Gemini가 들어올 데가 없습니다. 코드는 Claude Code로 쓰고, 두 번째 의견이 필요하면 Codex를 부릅니다. 구글도 Gemini CLI나 Antigravity 같은 개발 도구를 내놨지만 손이 가지 않습니다. 점수가 몇 점이냐보다, 제가 매일 여는 창에 없다는 게 더 큰 이유일 겁니다. 그래도 오늘부터는 "형편없다"고 말할 때 그중 얼마가 모델 이야기이고 얼마가 구글이라는 이름에 대한 짜증인지는 좀 나눠서 말하려고 합니다.
구글 블로그가 구글 광고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제일 어이없는 이야기를 아직 안 했습니다.
이 블로그는 구글 Blogger 위에 있습니다. 구글이 만든 블로그 서비스에, 구글 서버에 글을 올리고, 구글 검색에 노출되기를 바라며 씁니다. Blogger 관리 화면에는 수익 메뉴가 따로 있고, AdSense 신청도 거기서 연결됩니다. 구글이 만든 집에 구글이 준 가구를 놓고 살고 있는데, 구글이 와서 이 집은 광고판을 걸 만한 가치가 없다고 하는 겁니다.
처음에 이 생각이 들었을 때는 좀 웃겼습니다. 구글이 만든 틀 안에서, 구글이 권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데 구글 기준에 못 미친다니까요. 두 번째로 생각했을 때는 덜 웃겼습니다. 이것도 앞에서 적은 것과 같은 이야기라서요. Blogger 팀과 AdSense 팀도 다른 팀입니다. Blogger는 글을 올릴 수 있게 해 줄 뿐이고, 그 글이 광고를 붙일 만한지는 AdSense 팀이 따로 판단합니다. 머리로는 압니다. 그래도 밖에서 보면 둘 다 그냥 구글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은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혹시 AdSense 심사 봇을 Gemini로 만들어서 이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저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아까 그 Firebase 이슈 스레드에도 비슷한 댓글이 있었습니다. "구글, 직원들한테 Astra나 Fable 같은 더 좋은 모델 좀 쓰게 해 주면 안 되나요?" 장애를 낸 코드를 누가 짰는지, AI가 거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도 수백 명이 아침부터 앱이 죽는 걸 보고 있는 스레드에서 이 농담이 나왔다는 건, 사람들이 구글 AI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좀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남의 회사 모델 이름을 꺼내면서 구글을 놀린 거니까요.
물론 농담입니다. AdSense가 무엇으로 심사하는지 저는 모릅니다. 사람이 볼 수도 있고, 오래된 분류기일 수도 있고, 구글 안의 다른 무엇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농담이 떠오른 데는 이유가 좀 있습니다. 봉제인형 프롬프트를 넣었을 때 Gemini는 제가 분위기를 설명하려고 적어 둔 예시 목록을, 장면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물건 목록으로 읽었습니다. 적힌 글자는 누구보다 충실하게 따르는데, 그 글자를 왜 적었는지는 안 읽는 쪽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AdSense의 한 줄도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가치가 별로 없는 콘텐츠」라는 기준을 글자 그대로 충실하게 적용하고 있는 건데, 그 기준을 왜 만들었는지는 안 읽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요. 그리고 제 쪽에서는 그 한 줄이 무슨 뜻인지 계속 추측하면서 글을 고치고 있습니다. 프롬프트를 이리저리 바꿔 가며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넣어 보는 것과 거의 같은 일을, 저는 AdSense를 상대로 반년 넘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정말 Gemini가 심사하는 거라면, 이 글은 좀 불리할 것 같습니다. 앞에서 Gemini를 형편없다고 적었으니까요.
제 글이 정말 가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구글 욕만 한 것 같은데, 하나는 적어 둬야 공평할 것 같습니다.
제 글이 정말 가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가능성은 거절이 올 때마다 생각합니다. 다시 읽어 보면 남의 발표를 옮겨 놓고 해석을 조금 붙인 글도 있고, 제 생각보다 남의 숫자가 더 많은 글도 있습니다. 그런 걸 발견할 때마다 고쳐 왔습니다. 그러니까 AdSense의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고 우길 생각은 없습니다. 제 쪽에서 우기는 거라면 그건 그것대로 공평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AdSense가 우긴다고 느끼고, AdSense는 아마 제가 우긴다고 느낄 겁니다. AdSense가 근거를 보여 주지 않는 한 이 싸움은 계속 이렇게 갈 것 같습니다.
다만 인정을 하려면 뭘 인정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Firebase 팀은 오늘 "SDK가 받은 페이로드의 형식이 잘못됐다"고 자기 잘못을 한 줄로 적었습니다. 그 한 줄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두가 압니다. AdSense도 제 잘못을 한 줄로 적어 보내는데, 그 한 줄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같은 한 줄인데 하나는 설명이고 하나는 판정입니다.
이 글이 심사에서 어떻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dSense를 욕하는 글이 AdSense 심사를 받게 되는 셈이니까요. 가치 없는 불평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이 블로그에 올린 글 중에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분명한 글은 많지 않았습니다. 구글이 말하는 가치가 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이 글은 적어도 제가 쓰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오늘 하루쯤은 구글 욕을 좀 해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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