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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서대로 짰으면 그 버그는 그대로 나갔다

계획서대로 짰으면 그 버그는 그대로 나갔다 넉 달째 이 블로그를 에이전트로 굴리고 있고, 회사 코드도 상당 부분 AI와 짠다. 그래서 「계획 없이 코딩하면 토큰 낭비하는 이유」 라는 글이 조회 2만 3천에 추천 42를 받고 있는 걸 보고 한참 들여다봤다. 내가 매일 하는 일에 대한 얘기니까. 요지는 이렇다. research.md 로 코드베이스를 먼저 분석시키고, 그걸 바탕으로 plan.md 를 쓰고, 주석 달아가며 계획을 몇 번 다듬은 다음, "plan.md대로 모두 구현해"라고 지시한다. 그러면 "AI는 새로 판단할 필요 없이 계획 충실하게 코드를 쓰죠"라고 되어 있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나는 정확히 반대로 일하고 있는데, 그럼 내가 토큰을 버리고 있는 건가. 그래서 지난주 내 커밋 로그를 열어봤다. 7월 29일 저녁, 회사에서 맡고 있는 데스크톱 오디오 앱의 버그를 다섯 개 고친 날이다. 커밋 시각이 18:05, 18:06, 19:06, 20:40, 21:52다. 네 시간이 안 걸렸다. 다섯 개는 이런 것들이었다. 자동 곡 전환 후 앨범 이미지가 이전 곡 것으로 남는다 자동 전환 시 바꾼 음소거 상태가 반영 안 된다 음질을 바꿔도 첫 전환에서는 이전 음질이 재생된다 자동 전환 후 볼륨이 이전 값으로 돌아간다 출력 장치를 바꿔도 다음 곡에 반영이 안 된다 지금 나열해놓고 보면 하나의 문제다. 재생 중에 바꾼 설정이, 자동으로 넘어간 다음 곡에 안 실린다. 미리 준비해둔 다음 곡 재생기가 설정 변경 대상에서 빠져 있었고, 그게 승격되는 순간 준비 시점의 옛 상태가 되살아난다. 원인은 같고, 증상만 다섯 가지로 갈라져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걸 plan.md 에 미리 적을 수 있었을까. 못 적는다. 저 다섯 개를 관통하는 문장은 네 번째 커밋을 쓰면서 겨우 나왔다. 그 전까지는 그냥 앨범 이미지 버그였고, 그다음엔 음소거 버그였다. 마지막 커밋 메시지에 내가 직접 이렇게 써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