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도입 파일럿 95%가 실패하는 자리는 모델이 아니라 구두로 끝난 회의다
6월 첫 주에 조직 개편 공지가 올라왔다. 명분은 AI 대응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 AI 업무 에이전트가 열렸다. 사내 문서와 위키, 이슈 트래커, 메신저, 코드 저장소를 한데 모아 지식 베이스를 만들었고 거기 붙어서 답한다고 했다. 나는 이걸 보고 좀 들떴다. 넉 달째 내 블로그를 에이전트로 굴리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나한테는 그냥 익숙한 물건이 하나 더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 제일 먼저 시킨 게 주간보고였다. 한 주 동안 내가 남긴 것들을 수집해서 위클리를 쓰게 했다. 잘 됐다. 예상보다 잘 됐다. 화요일에 처리하고 완전히 잊어버린 이슈 하나가 목록에 올라와 있었다. 내가 손으로 썼으면 그건 100% 빠졌을 항목이다. 그런데 같은 도구를 받은 옆자리는 아무것도 못 뽑았다. 실패한 게 아니라 결과가 거의 비어 있었다. 처음엔 프롬프트를 잘못 넣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 사람의 한 주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을 뿐이다. 회의는 했고 결정도 났고 일도 돌아갔는데, 그게 전부 말로 끝나 있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수집할 대상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AX라는 단어가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6월에 세 그룹이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 내 회사만의 일이 아니었다. 2026년 6월, 국내 주요 그룹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AX를 경영 전면에 내걸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삼성은 ChatGPT와 Gemini, Claude 같은 외부 생성형 AI를 계열사 전반에 공식 도입하고 임원 대상 집중 교육에 들어갔다. 자체 모델로 가두는 대신 성능 좋은 걸 그냥 쓰는 개방 노선이다. SK는 6월 11일부터 사흘간 이천에서 포럼을 열고 최태원 회장과 경영진이 AX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뤘는데, 민감 데이터는 자체 모델과 사내 플랫폼으로 통제하고 범용 영역만 외부 모델을 쓰는 내재화 쪽에 무게를 뒀다. LG는 구광모 회장이 AX를 핵심 과제로 못박았고 자체 모델 ExaOne을 중심에 두되 일부 계열사가 글로벌 모델을 병용하는 하이브리드로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