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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가 와도 사람 자리는 남는다고 썼는데, 그게 observation인지 hope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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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지인이 물었던 걸 그대로 적어뒀습니다. "내가 지금 쌓고 있는 숙련이 3년 뒤에도 값이 있을까?" 30년 넘게 코딩한 사람이 한 질문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제대로 답을 못 했고, 얼버무리고 넘어갔습니다. 네 편을 쓰고 난 지금도 사실 그 자리에서 크게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글은 답을 정리하는 대신, 제가 앞에서 쓴 것들이 어디가 약한지를 짚어보는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저는 계속 "남는다"고 썼습니다 앞의 네 편을 다시 읽어보면 결론이 거의 같은 방향입니다. AI가 못 보는 자리가 있다 , 그 자리에 회사의 규칙이 있다 , 책임은 사람에게 고정돼 있다 , 그러니까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의 값이 올라간다 . 다 제가 실제로 그렇게 보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 글들을 쓰면서 계속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이게 관찰인가, 아니면 제가 그러길 바라는 건가. 저는 개발자입니다. 20년 넘게 이 일을 했고 지금도 이 일로 먹고삽니다. 그런 사람이 "개발자의 자리는 남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그 결론이 순수하게 데이터에서 나왔다고 자신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남길 바라니까요. 이건 그냥 넘길 수 있는 편향이 아닙니다. 어떤 직군이 위험해질 때 그 직군 안에서 나오는 글은 거의 항상 "우리는 대체되지 않는다"로 끝납니다. 사진이 나왔을 때 회화 쪽에서 나온 반응이 그랬고, 조판이나 타이핑처럼 기계가 먼저 들어간 일들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중 일부는 결국 맞았고 일부는 완전히 틀렸는데, 쓸 당시에는 둘이 똑같이 설득력 있게 읽혔습니다. 그러니까 제 글도 그 목록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걸 인정하지 않고 시작하면 뒤에 뭘 써도 자기 위안이 됩니다. 그런데 반대쪽도 사정이 같습니다. AI를 만드는 회사들은 이게 세상을 바꾼다고 말할 유인이 아주 큽니다. 투자를 받아야 하고 쓰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곧 대부분의...

AX 파일럿은 모델이 아니라 회의에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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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 주에 조직 개편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명분은 AI 대응이었고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 AI 업무 에이전트가 열렸습니다. 사내 문서와 위키, 이슈 트래커, 메신저, 코드 저장소를 한데 모아 지식 베이스를 만들었고 거기 붙어서 답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좀 들떴습니다. 넉 달째 제 블로그를 에이전트로 굴리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나한테는 그냥 익숙한 물건이 하나 더 생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일 먼저 시킨 게 주간보고였습니다. 한 주 동안 제가 남긴 것들을 수집해서 위클리를 쓰게 했습니다. 잘 됐습니다. 예상보다 잘 됐습니다. 화요일에 처리하고 완전히 잊어버린 이슈 하나가 목록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제가 손으로 썼으면 그건 100% 빠졌을 항목입니다. 그런데 같은 도구를 받은 옆자리는 아무것도 못 뽑았습니다. 실패한 게 아니라 결과가 거의 비어 있었어요. 처음엔 프롬프트를 잘못 넣었나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의 한 주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을 뿐입니다. 회의는 했고 결정도 났고 일도 돌아갔는데, 그게 전부 말로 끝나 있었습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수집할 대상 자체가 없었던 겁니다. 그때부터 AX라는 단어가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6월에 세 그룹이 동시에 같은 말을 했습니다 제 회사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2026년 6월, 국내 주요 그룹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AX를 경영 전면에 내걸었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삼성은 ChatGPT와 Gemini, Claude 같은 외부 생성형 AI를 계열사 전반에 공식 도입하고 임원 대상 집중 교육에 들어갔습니다. 자체 모델로 가두는 대신 성능 좋은 걸 그냥 쓰는 개방 노선입니다. SK는 6월 11일부터 사흘간 이천에서 포럼을 열고 최태원 회장과 경영진이 AX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뤘는데, 민감 데이터는 자체 모델과 사내 플랫폼으로 통제하고 범용 영역만 외부 모델을 쓰는 내재화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LG는 구광모 회장이 AX를 핵심 과제로 못박았고 자체 모델 Ex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