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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도입 후 고용은 11% 줄고 주당 근로시간은 2시간 늘었다. AI 에이전트도 같은 자리에서 깨진다

어제 마트 계산 줄에 서서 앞사람 손을 보고 있었다. 예순쯤 되어 보이는 분이었는데 폰을 단말기에 툭 대고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데 3초도 안 걸렸다. 나는 거기서부터 머릿속으로 세대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분들이 인터넷 보급기를 통과한 세대니까 디지털 전환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거라고. 60대와 70대가 리니지 오토를 돌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꽤 그럴듯하게 조립됐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통신사 ARS에서 상담원을 못 찾아 같은 메뉴를 세 바퀴 돌았고, 그 가설은 필요가 없어졌다… 세대로 설명하려던 문제가 세대와 무관한 자리에서 나를 붙잡은 거다. 내가 헤맨 건 학습 부족이 아니었다. 그 시스템에는 내가 가려는 곳으로 가는 길이 아예 없었다. 세대는 변수가 아니었다 먼저 내가 틀린 부분을 정확히 해두자. 2026년 기준 X세대는 1965년에서 1980년 사이에 태어난 46세부터 61세까지다. 마트에서 본 예순 남짓한 분은 X세대 끝단이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에 더 가깝다. 리니지 오토를 돌리는 60대와 70대도 대부분 붐 세대다. 이 구분을 뭉개면 아무 얘기도 못 한다. 그런데 구분을 정확히 해도 설명이 안 되는 게 남는다. 젊은 사람도 키오스크에서 막힌다. 나는 하루의 절반을 터미널에서 보내는 사람인데, 처음 보는 무인 주문기 앞에서 뒷사람 눈치를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화면 어디를 눌러야 다음으로 가는지 몰라서다. 세대가 진짜 원인이라면 이런 일은 안 생겨야 한다. 그래서 시니어 얘기를 원인 자리에서 빼기로 했다. 시니어는 이 시스템의 결함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드러나는 자리다. 증상이 제일 선명한 곳이 원인은 아니다. 번호가 매번 바뀌는 ARS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ARS 풍자 영상 의 대본을 하나 읽었다. 가상의 에어컨 회사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상담원을 찾아가는 코미디 스케치인데, 웃다가 중간에 등이 서늘해졌다. 과장은 됐지만 과장의 방향이 정확했다. 대본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계 결함으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메뉴 번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