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사용자를 잡다 — 유명인 사주, MBTI, 오행 테스트
사주 앱에 기능이 아무리 많아도, 사용자가 "내 사주를 본다"는 행위는 한 번이면 끝난다. 처음 방문해서 사주를 보고, 신기해하고, 그다음에는? 다시 올 이유가 없다. 이 문제의 답을 "콘텐츠"에서 찾았다.
기능과 콘텐츠의 차이
기능은 사용자가 입력하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주 분석, 궁합 분석, 일일 운세. 이런 기능들은 앱의 핵심이지만 그 자체로는 재방문 동기가 약하다. 사주는 바뀌지 않으니까.
콘텐츠는 다르다. 읽을거리, 탐색할 거리, 공유할 거리. "이 연예인의 사주가 이렇구나", "내 MBTI랑 일간이 이런 관련이 있네", "오행 중 나는 뭐가 강하지?"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는 사용자를 다시 끌어들인다.
이 구분을 인식한 시점이 프로젝트의 전환점 중 하나였다. 사주 "분석 도구"에서 사주 "콘텐츠 플랫폼"으로 시야가 넓어진 순간이다.
유명인 사주 — CelebrityListPage
"이 사람의 사주가 어떻길래 이렇게 성공했을까?" 사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는 궁금증이다.
CelebrityListPage는 실제 유명인들의 생년월일시를 기반으로 사주를 분석해 보여주는 페이지다. 연예인, 기업인, 스포츠 선수, 역사적 인물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각 인물의 사주 원국과 핵심 특징을 정리했다.
이 기능의 기획 의도는 명확했다. 첫째, 호기심 유발. 자기 사주만 보는 것보다 유명인의 사주를 함께 보면 사주 분석의 설득력을 체감하기 쉽다. "이 사람이 편관격이라 리더십이 강한 거구나" 같은 연결고리가 생기면 자기 사주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둘째, 검색 유입. "손흥민 사주", "아이유 사주" 같은 검색 키워드는 꾸준히 검색량이 있다. 유명인 사주 콘텐츠가 검색 엔진에 노출되면 앱으로의 자연스러운 유입 경로가 된다.
셋째, 사주 학습 도구로서의 가치. 추상적인 십신이나 격국 개념을 유명인의 실제 삶과 연결 지어 설명하면 이해도가 올라간다. 정인격이 뭔지 설명하는 것보다 "이 사람이 정인격인데, 실제로 학문이나 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라고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명인 데이터를 정리할 때 AI의 도움이 컸다. 공개된 생년월일 정보를 수집하고, 각 인물의 사주 특징을 정리하는 작업. 다만 생시(태어난 시간)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주 없이 년월일 세 기둥만으로 분석하는 모드를 별도로 구현해야 했다. 이것도 설계 시 고려했어야 할 사항이었는데 구현 단계에서 뒤늦게 발견한 케이스다.
MBTI-일간 매칭 — MbtiIlganPage
MBTI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성격 유형 분류 체계다. 사주의 일간도 10개의 성격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이 두 체계를 연결하면 어떨까?
MbtiIlganPage는 16개의 MBTI 유형과 10개의 일간 사이의 연관성을 탐색하는 페이지다. 예를 들어 ENTJ와 갑목(甲木)의 유사점, INFP와 을목(乙木)의 공통점 같은 것을 정리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학술적으로 엄밀한 매칭이 아니다. MBTI와 사주명리는 완전히 다른 체계다. 하지만 "내 MBTI는 INFJ인데, 일간으로 보면 뭐에 해당할까?"라는 호기심은 실제로 많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다. 두 체계의 "교집합"을 찾아주는 콘텐츠는 재미와 탐색의 가치가 있다.
이 페이지를 설계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지 않는 것"이었다. 페이지 상단에 "이 매칭은 두 체계의 성격 묘사에서 유사점을 찾은 것이며, 학술적 근거와는 다릅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넣었다. 재미를 주되 오해를 만들지 않는 선. 이런 윤리적 경계는 AI가 아니라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다.
AI에게 "갑목의 성격 특성과 가장 유사한 MBTI 유형은?"이라고 물으면 꽤 설득력 있는 답이 나온다. 갑목이 큰 나무처럼 곧고 자존심이 강하며 성장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ENTJ나 ESTJ와 유사하다는 식이다. 이런 분석을 10개 일간 모두에 대해 수행하고, 사람이 감수해서 최종 매칭 테이블을 만들었다.
오행 테스트 — OhengTestPage
"나의 오행 밸런스는?" 이 한 줄의 질문이 오행 테스트의 전부다. 간단한 질문 몇 개에 답하면 목화토금수 다섯 가지 오행 중 어느 것이 강하고 어느 것이 약한지를 알려주는 가벼운 테스트다.
이 기능의 목적은 명확하다.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사주 분석은 생년월일시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결과도 복잡하다. 반면 오행 테스트는 "당신은 불의 기운이 강합니다"처럼 단순하고 직관적인 결과를 준다. 사주를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해볼 수 있다.
오행 테스트를 통해 사주에 흥미를 가진 사용자가 "내 실제 사주에서 오행 비율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으로 사주 분석 기능까지 이어지는 흐름. 이것이 의도한 사용자 여정이었다.
테스트 문항 설계에서 AI와의 협업이 효과적이었다. "오행의 각 요소를 판별할 수 있는 성격/성향 질문 20개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니, 꽤 괜찮은 초안이 나왔다. "갈등 상황에서 직접 부딪히는 편이다(화), 한 발 물러서 관찰하는 편이다(수)" 같은 문항들. 이후 중복 제거와 밸런스 조정은 직접 했지만 초안 생성 속도가 빨라 전체 작업 시간이 크게 줄었다.
일간 캐릭터 — IlganCharacterPage
10개의 천간, 즉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이 10글자가 사주에서 "나"를 대표하는 일간이 된다. 각 일간은 고유한 성격과 특성을 가진다.
IlganCharacterPage는 이 10개 일간을 각각 하나의 캐릭터로 시각화한 페이지다. 갑목은 큰 소나무, 을목은 덩굴이나 꽃, 병화는 태양, 정화는 촛불. 이런 이미지와 함께 각 일간의 성격, 강점, 약점, 어울리는 직업, 관계 성향을 정리했다.
이 페이지는 사주 도메인의 "입문서" 역할을 한다. 사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나는 병화일간이구나, 태양 같은 성격이래" 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 전문 용어를 최소화하고 비유와 이미지를 중심으로 설명하니 접근성이 확 높아졌다.
AI에게 "각 일간의 성격을 자연물에 비유해서 설명해줘"라고 요청했을 때의 결과가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성격 묘사가 아니라, 계절과 환경에 따라 같은 일간도 다르게 표현된다는 점까지 짚어줬다. 예를 들어 갑목이 봄에 태어나면 기운차게 자라는 나무이고, 겨울에 태어나면 추위를 견디는 나무라는 식이다. 이런 깊이가 콘텐츠의 품질을 높였다.
용어집 — GlossaryPage
사주명리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용어다. 십신, 격국, 용신, 천간합, 방합, 지장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단어가 낯설다. 이 장벽을 낮추기 위해 GlossaryPage를 만들었다.
단순한 사전이 아니라, 각 용어를 "초급-중급-고급"으로 나누고, 초급 사용자는 핵심 용어 20개만 먼저 보도록 했다. 각 용어에는 한자, 의미, 쉬운 설명, 실생활 비유를 함께 담았다. 예를 들어 "편관"을 설명할 때 "나를 통제하는 힘. 직장에서의 상사, 규율, 시험 같은 외부 압력"이라고 풀어쓴다.
용어집의 SEO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십신이란", "용신 뜻", "격국 의미" 같은 검색 키워드는 사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쿼리다. 이런 키워드로 유입된 사용자가 용어를 이해하고 나면 사주 분석 기능을 실제로 사용해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콘텐츠가 SEO와 리텐션에 미친 효과
기능만 있을 때와 콘텐츠를 추가한 후의 차이는 명확했다. 콘텐츠 페이지가 추가되면서 검색 엔진에 노출되는 키워드가 크게 늘었다. 사주 분석이라는 하나의 키워드군에서 유명인 이름, MBTI 유형, 오행 테스트, 사주 용어 같은 다양한 키워드군으로 확장된 것이다.
리텐션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사주 분석만 있을 때는 한 번 보고 끝이지만, 유명인 사주 목록을 탐색하거나, 일간 캐릭터를 친구와 비교하거나, 용어를 하나씩 공부하는 행동 패턴이 생겼다. "도구"에서 "탐색 공간"으로 앱의 성격이 바뀐 것이다.
특히 오행 테스트와 MBTI-일간 매칭은 소셜 공유가 잘 일어나는 콘텐츠였다. "나는 화(火) 기운이 70%래!" 같은 결과를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하면 자연스러운 바이럴이 된다. 이런 공유 가능성을 고려해 결과 화면을 이미지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넣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
첫째, 앱은 기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능은 도구이고, 콘텐츠는 사용자가 머무는 이유다. 특히 사주처럼 한 번 분석하면 결과가 바뀌지 않는 도메인에서는 콘텐츠가 재방문의 핵심 동력이다.
둘째, AI는 대량의 콘텐츠 초안 생성에 탁월하다. 유명인 사주 분석, 오행 테스트 문항, 일간 캐릭터 묘사, 용어 설명 — 이런 반복적이면서도 도메인 지식이 필요한 텍스트를 AI가 빠르게 생성하고, 사람이 검수하는 구조가 효율적이었다.
셋째, 콘텐츠의 톤과 깊이는 타깃 사용자에 맞춰야 한다. 같은 사주 용어 설명이라도 전문가 대상이면 학술적으로, 초보자 대상이면 비유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초보자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고, 모든 콘텐츠를 그에 맞춰 작성했다.
다음 편 예고
기능도 있고 콘텐츠도 있다. 그런데 사주 앱에는 다른 앱에는 없는 독특한 문제가 하나 있다. "같은 생년월일시를 넣었는데 왜 다른 사주 앱과 결과가 다르죠?" 야자시, 진태양시, 서머타임 — 학파마다 다른 계산 방식을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만든 "학파 설정" 기능. 18편에서는 이 차별화 요소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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