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분야에 뛰어들기 — AI로 도메인 지식 빠르게 습득하기
당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의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고 상상해보자. 의료, 법률, 물류, 혹은 타로. 첫 번째 반응은 아마 "일단 공부해야 한다"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공부의 첫 단계는 보통 구글링이다. 하지만 구글링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이 글은 타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몰랐던 개발자가, AI와의 대화만으로 프로젝트에 필요한 수준의 도메인 지식을 빠르게 습득한 이야기다.
타로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것
솔직하게 고백하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내가 타로에 대해 아는 건 이 정도였다. 카드를 뒤집어서 점을 보는 것. 카드마다 그림이 다르고 의미가 있는 것. 드라마에서 본 "죽음" 카드가 꼭 나쁜 의미는 아니라는 것. 이게 전부였다.
카드가 총 몇 장인지도 몰랐다. 어떤 종류가 있는지도 몰랐다. 리딩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카드 이미지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전통적인 방법이었다면 "타로카드 기본 구조"를 검색하고, 위키피디아를 읽고, 타로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았을 것이다. 경험상 이런 식의 리서치는 최소 반나절이 걸리고, 정리가 안 된 정보 더미를 남긴다.
구글링의 구조적 한계
잠깐 구글링이라는 학습 방법의 한계를 정리해보자. 내가 경력 28년 동안 수없이 겪은 것이다.
첫째, 검색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을 전제한다. "타로카드 구조"를 검색하려면, 적어도 "타로카드에 구조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르는 분야에서는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자체를 모른다. 이것을 "질문을 모르는 상태"라고 부른다.
둘째, 정보의 깊이를 조절할 수 없다. "타로카드"를 검색하면 입문자용 글부터 전문가 수준의 해석론까지 뒤섞여 나온다. 내 프로젝트에 필요한 수준의 정보만 골라내는 것도 일이다.
셋째, 정보 간의 연결을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카드 구조를 알려주는 페이지, 리딩 방식을 설명하는 페이지, 이미지 저작권을 다루는 페이지가 각각 별개의 탭에 열려 있다. 이것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는 건 전적으로 내 몫이다.
AI와의 대화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한다.
"카드 이미지는 몇 개야?"
AI에게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말한 후,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카드 이미지는 몇 개야?"였다. 단순한 질문이지만, 이 질문 하나로 도메인 지식의 핵심 구조가 풀리기 시작했다.
Claude는 곧바로 핵심 구조를 정리해줬다. 타로 덱은 총 78장으로 구성된다. 메이저 아르카나 22장은 0번 The Fool부터 21번 The World까지이고, 마이너 아르카나 56장은 Wands, Cups, Swords, Pentacles 네 가지 슈트에 각각 14장이 들어간다. 14장은 Ace부터 10까지의 넘버 카드 10장과 Page, Knight, Queen, King의 코트 카드 4장으로 이뤄진다.
이 정보를 구글에서 찾으려면 최소 두세 페이지를 읽어야 한다. 그런데 AI와의 대화에서는 한 번의 답변으로 전체 구조가 정리됐다. 게다가 이 답변은 "내가 타로 웹앱을 만든다"는 맥락 안에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역사적 배경이나 신비주의 해석 같은 것은 빠져 있었다. 딱 개발자에게 필요한 수준의 정보였다.
대화가 만드는 학습의 흐름
여기서 AI 대화형 학습의 진짜 장점이 드러났다. 78장이라는 숫자를 알게 되자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왔다. "그럼 이미지는 어디서 구하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타로 이미지의 저작권이라는 핵심 이슈로 연결됐다. 가장 유명한 타로 덱은 라이더-웨이트-스미스(RWS) 덱이라는 것, 원본은 1909년에 제작되어 많은 국가에서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것, 하지만 1971년에 US Games Systems가 재색칠한 버전은 여전히 저작권이 있다는 것.
이 정보가 왜 중요한가. 웹에서 돌아다니는 타로카드 이미지 대부분은 1971년 재색칠 버전이다. 이걸 무심코 가져다 쓰면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 1909년 원본 이미지만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 시점에서 알게 된 것이다.
구글링으로 이 흐름을 만들려면 얼마나 걸렸을까. "타로카드 이미지 무료"를 검색하고, 몇 개 사이트를 돌아본 후, "어, 이게 원본이야 재색칠이야?" 하는 의문이 들면, 다시 "RWS 타로 저작권"을 검색하고, 법적 상태를 확인하는 글을 찾아 읽고. 탭을 열 개는 열어야 했을 것이다. AI와의 대화에서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대화 흐름 안에서 벌어졌다.
"질문을 모르는 상태"에서 벗어나기
도메인 학습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뭘 물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다. 타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지조차 감이 안 온다.
AI와의 대화는 이 문제를 우아하게 해결한다. 내가 "타로 웹페이지를 만들고 싶어"라고 말하면, AI가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역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결정해야 합니다"라는 형태로 질문이 돌아오고, 그 질문에 답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도메인 지식이 필요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리딩 방식을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먼저 리딩 방식이 뭔지 알아야 한다. 이때 "리딩 방식이 뭐야?"라고 바로 물으면 된다. 원카드는 카드 한 장만 뽑아서 오늘의 운세를 보는 것, 쓰리카드는 세 장으로 과거/현재/미래를 보는 것, 켈틱 크로스는 열 장으로 종합적인 상황을 분석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런 식으로 "질문을 모르는 상태 → AI의 질문에 의해 내 무지가 드러남 → 그 무지를 즉시 해소"하는 루프가 반복됐다. 별도의 리서치 시간 없이, 프로젝트 대화 속에서 학습이 일어난 것이다.
78장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타로 덱의 구조가 머릿속에서 점점 선명해졌다.
메이저 아르카나 22장은 타로의 핵심이다. The Fool(0번)에서 시작해 The World(21번)로 끝나는 "바보의 여정"이라는 서사 구조를 가진다. 각 카드가 인생의 중요한 원형(archetype)을 상징한다. The Magician은 창조력, The High Priestess는 직관, The Tower는 갑작스러운 변화, Death는 끝과 새로운 시작.
마이너 아르카나 56장은 일상의 구체적인 상황을 다룬다. 네 가지 슈트가 각각 다른 영역을 담당한다. Wands(지팡이)는 열정과 행동, Cups(잔)는 감정과 관계, Swords(검)는 지성과 갈등, Pentacles(동전)는 물질과 현실. 각 슈트 안에서 Ace부터 King까지 에너지가 시작되고 성장하고 완성되는 흐름이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화 몇 분이었다. 하지만 이 이해가 프로젝트 전체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데이터 스키마를 설계할 때, 해석 텍스트를 생성할 때, UI에서 카드를 분류해 표시할 때 — 모든 의사결정의 기반이 된 것이 바로 이 구조적 이해였다.
저작권이라는 지뢰밭
앞서 잠깐 언급한 저작권 이슈를 좀 더 자세히 다뤄보자. 이 부분은 구글링으로는 파악하기 정말 어려운 영역이었다.
타로카드 이미지의 저작권 상태는 복잡하다. 원본 RWS 덱은 1909년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가 기획하고 파멜라 콜먼 스미스가 그렸다. 이 원본은 제작된 지 100년이 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퍼블릭 도메인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1971년에 US Games Systems가 이 카드를 재색칠하여 출판한 버전이다. 이 재색칠 버전은 "파생 저작물"로서 별도의 저작권을 가진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타로카드"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 대부분이 이 1971년 버전이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1909년 원본과 1971년 재색칠의 차이는 미묘하다. 색상 톤이 다르고, 일부 디테일이 수정되어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어렵다. 이것을 대화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파악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만약 개발을 먼저 진행하고 이미지를 나중에 소싱했다면, 저작권 문제가 있는 이미지를 무심코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AI가 알려준 해결책은 명확했다. 1909년 원본 이미지를 사용하되, Wikimedia Commons나 Internet Archive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소스에서 가져올 것. 이 정보 하나가 나중에 이미지 소싱 과정에서 몇 시간의 삽질을 줄여줬다.
정방향과 역방향: 생각보다 깊은 세계
타로 리딩에서 각 카드는 정방향(upright)과 역방향(reversed) 두 가지로 읽힌다는 것도 이 과정에서 알게 됐다. 단순히 "좋은 의미 / 나쁜 의미"가 아니다.
정방향은 카드가 가진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상태다. 역방향은 그 에너지가 억눌리거나, 과잉되거나, 왜곡된 상태다. 예를 들어, The Magician의 정방향은 "창조력, 의지력, 집중"인데, 역방향은 "무능력"이 아니라 "속임수, 재능 낭비, 조작"이다. 능력이 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쓰이고 있다는 뉘앙스다.
이 개념은 데이터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각 카드에 정방향과 역방향 해석을 별도로 넣어야 한다는 것은 78장이 아니라 사실상 156개의 해석 텍스트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이 사실을 프로젝트 초반에 파악한 것과 중간에 알게 된 것은 작업량 예측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AI 대화형 학습의 핵심 원리
이 과정을 돌이켜보면, AI를 활용한 도메인 학습에는 몇 가지 핵심 원리가 있다.
첫째, 맥락 안에서 학습한다. "타로에 대해 알려줘"가 아니라 "타로 웹앱을 만들 건데, 뭘 알아야 해?"로 질문하면 프로젝트에 필요한 수준의 정보가 돌아온다. 불필요한 깊이를 피하면서도 실무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는다.
둘째, 질문이 질문을 낳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카드 수 → 이미지 소싱 → 저작권 → 원본 vs 재색칠. 하나의 답이 다음 질문의 씨앗이 되고, 이 연쇄가 도메인 지식의 그물망을 빠르게 짜준다.
셋째, 구조화된 형태로 전달된다. AI는 78장의 구조를 "메이저 22장 + 마이너 56장(4슈트 × 14장)"이라는 명확한 구조로 정리해준다. 여러 웹페이지의 산발적인 정보를 내가 직접 정리하는 수고가 없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
첫째, 새로운 도메인에 뛰어들 때 구글링보다 AI 대화가 효율적인 이유는 "맥락 있는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 프로젝트에 필요한 깊이의 정보만 빠르게 얻을 수 있다.
둘째, AI 대화형 학습의 가장 큰 장점은 "질문을 모르는 상태"를 해소해준다는 것이다. AI가 내가 알아야 할 것을 역으로 질문해주기 때문에, 내 무지의 윤곽이 빠르게 드러난다.
셋째, 도메인 학습은 별도의 단계가 아니라 기획과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AI와의 대화에서 도메인을 배우면서 동시에 프로젝트 방향을 잡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은 사이드 프로젝트의 속도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다음 편 예고
타로 덱의 구조를 이해했고, 저작권 이슈도 파악했다. 이제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할 차례다. AI가 던진 핵심 질문 세 가지가 어떻게 프로젝트의 스펙을 10분 만에 확정시켰는지, 선택지를 받으면 자신의 판단 기준이 얼마나 명확해지는지, 3편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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