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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설계 발표자료 25장을 만들었다. 공감은 반년 뒤에 왔는데 그때 내 하네스는 이미 낡아 있었다

AI 설계 발표자료 25장을 만들었다. 공감은 반년 뒤에 왔는데 그때 내 하네스는 이미 낡아 있었다 지금 하던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했다. Rust로 코어를 두고 그 위에 Node와 Electron을 얹고 화면은 React로 그리는, 언어 세 개가 프로세스 하나 안에서 겹치는 데스크톱 앱이었다. 나는 이걸 AI로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바로 직전 프로젝트에서 같은 방식으로 결제까지 붙은 기능을 실제로 완성했으니까. 그래서 그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문서를 먼저 깔고, AI 여러 개를 붙이고, 설계 범위를 크게 잡고 시작했다. 초반은 예상대로였다. 빠르고, 그럴듯하고, 컴파일도 통과하고, 화면도 떴다. 그리고 두 달쯤 뒤에 적용을 중단했다. 실패한 건 프로젝트가 아니라 방법론이었다. 앞에서 통했던 그 방식이 여기서는 안 통했다. 왜 안 통했는지를 나 자신한테 먼저 설명해야 했고, 그다음엔 팀한테 설명해야 했다. 그 설명이 1월에 슬라이드 25장이 됐고, 3월에 다시 14장짜리 가이드 문서로 정리됐다. 표지에 이렇게 적어놨더라. "AI 활용이 아니라, 설계 중심 사고가 어떻게 작동했는가." 그 자료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한테 얘기했다. 반응은 거의 없었다. 없었다기보다는, 있었는데 방향이 달랐다. "그래서 AI를 쓰지 말자는 거냐"거나 "우리 규모에선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거나, 제일 자주 들은 건 "문서 쓸 시간에 코드를 짜는 게 낫지 않냐"였다. 반년이 지났다. 지금 커뮤니티에 도는 얘기가 그때 내가 하던 말과 거의 같다. 하네스가 자산이라는 얘기, 모델보다 그걸 감싸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얘기, AI는 설계를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얘기. 반가울 줄 알았는데 안 반갑다. 씁쓸하다. 그런데 왜 씁쓸한지가 처음엔 나도 정리가 안 됐다. 내가 맞았는데 인정을 못 받아서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거였으면 지금 같은 말이 도는 걸 보고 통쾌했어야 맞다. 이 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