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 강의 결제하기 전에 이 글을 읽어라


유튜브에서 봤을 거다. 코딩 1도 모르는 사람이 AI한테 말 몇 마디 하니까 앱이 뚝딱 나오는 영상. 조회수 100만. 댓글창은 "대박", "나도 해볼래요"로 가득 차 있다.

그거 보고 따라 했더니 에러만 30개 뜨더라고? 영상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편집으로 잘라낸 부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영상 설명란에는 강의 링크가 조용히 박혀 있다.

그게 뭔지 얘기한다.

인정한다, 진입 장벽은 낮아졌다

먼저 인정할 건 인정한다. 바이브 코딩으로 코딩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이건 사실이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2025년 초 OpenAI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쓴 단어다. 코드를 직접 짜는 게 아니라, AI에게 말로 설명하고 결과를 받아 쓰는 방식. "로그인 화면 만들어줘", "버튼 누르면 팝업 뜨게 해줘" — 실제로 된다.

단순한 화면 하나, 아이디어 검증용 프로토타입, 반복 작업 자동화. 이런 건 진짜 잘 된다. 투자자한테 보여줄 목업을 하루 만에 뽑는 것도 된다.

여기까진 진실이다. 문제는 이 진실 위에 올라탄 기생충들이다.

커피머신 사고 카페 차리겠다고?

요즘 커뮤니티에 매일 올라오는 글이 있다.

"비개발자인데 AI로 앱 만들어서 창업할 거예요." "코딩 몰라도 되는 시대잖아요." "개발자 비용 아끼고 제가 직접 만들래요."

솔직히 말할게.

커피머신 하나 사놓고 커피 전문점 차리겠다는 소리다.

좋은 커피머신 사면 에스프레소 나온다. 맞다. 버튼 하나로 라떼도 된다. 집에서 마시기엔 충분하다. 근데 그걸로 카페를 차려?

원두 로스팅, 추출 변수 조절, 우유 스티밍, 메뉴 개발, 위생 관리, 인테리어, 입지 선정, 임대 계약, 인건비, 마케팅. 커피머신이 해결해주는 건 이 중에 하나도 없다. 커피머신은 커피를 내려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우후죽순 생긴 커피숍들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골목마다 열렸다가 6개월을 못 버티고 임대 공고가 붙는 그 풍경. "커피가 좋으니까 카페 하면 되겠지"로 시작한 사람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는 걸 수없이 봐왔다.

바이브 코딩 창업이 정확히 그 경로 위에 있다.

비유를 더 해줄까? 에어프라이어 하나 사고 레스토랑 차리겠다는 거다. 에어프라이어로 치킨 튀기면 맛있다. 집에서 먹기엔 훌륭하다. 근데 그걸로 음식점을 차리겠다면? 주변에서 뭐라고 하겠나.

5분도 제대로 뛰어본 적 없는 사람이 풀마라톤 뛰겠다고 신발 사는 거다. 운동화를 샀다고 마라토너가 되는 게 아니다. 도구를 갖췄다고 역량이 생기는 게 아니다.

당신이 바이브 코딩에 관심 갖는 진짜 이유

여기서 불편한 진실 하나를 짚겠다.

바이브 코딩에 뛰어드는 사람들 대부분의 동기가 뭔가.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어서?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서?

아니다. 쉽게 돈을 벌고 싶어서다.

"코딩 몰라도 앱 만들어서 월 200." 이 문장에 반응하는 이유가 앱을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월 200이 탐나서다. 앱은 수단이고 목적은 돈이다. 불편함을 개선하겠다는 문제 의식이 아니라, 쉬운 돈벌이 루트를 찾는 것이다.

이게 왜 위험한가. 이 심리가 정확히 강의팔이들의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넘쳐나는 AI 바이브 코딩 영상들을 보라. 다양한 제목, 다양한 썸네일, 다양한 사례. 하지만 결국 딱 하나로 귀결된다. 강의 판매. 영상은 미끼이고, 상품은 강의다. "이렇게 쉽습니다"를 보여주는 이유가 기술을 알려주려는 게 아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착각을 심어서 결제 버튼을 누르게 하려는 것이다.

쉽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다. 문제는 그 마음을 정확히 건드려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사람들이다. 수강생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강사가 수강생의 돈으로 버는 구조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강의를 소개하는 영상이다. "2026년 AI 코딩 트렌드 TOP 5" 같은 제목을 단다. 클릭하면 처음 몇 분은 진짜 정보처럼 보인다. 최신 도구 이름도 나오고 데모도 잠깐 보여준다. 그런데 영상 중반부터 슬슬 달라진다. "이 부분은 제 강의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요." "더 깊이 알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정보 영상인 줄 알았는데 광고였다. 근데 시청자는 이미 10분을 투자했고, "여기까지 알려줬으니 강의에는 더 좋은 내용이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이게 설계된 구조다. 무료 콘텐츠는 맛보기이고, 진짜는 유료라는 프레이밍. 실제로 강의를 결제해보면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내용의 재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빅테크가 개발자를 자른다"의 진짜 이유

바이브 코딩 강의를 파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공포 마케팅이 있다. "구글이 개발자를 자르고 있다." "메타가 채용을 줄였다." "AI가 프로그래머를 대체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바이브 코딩을 배워야 살아남는다고.

AI로 포장했을 뿐, 실체는 다르다.

빅테크가 개발자를 자르는 건 사실이다. 근데 이유를 뜯어보면 AI는 핑계에 가깝다.

팬데믹 이후 장기화된 경기 침체. 2020~2021년 비대면 특수로 테크 기업이 공격적으로 채용했다. 수요가 영원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경기가 꺾이자 과잉 채용의 후폭풍이 왔다. 인력을 줄이는 건 경기 순환의 결과지, AI 때문이 아니다.

팬데믹 때 올라간 프로그래머 몸값. 리모트 워크가 보편화되면서 개발자 몸값이 폭등했다. 실리콘밸리 시니어 개발자 연봉이 40만 달러를 넘겼다. 거품이었다. 금리가 오르고 투자가 줄자 기업들이 인건비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개발 수요와 공급의 오판. "디지털 전환" 붐에 모든 기업이 개발자를 필요로 할 거라고 예측했다. 시장은 그만큼 크지 않았다. 공급은 넘쳤고 수요는 예상에 못 미쳤다.

국비 지원 코딩 부트캠프의 대량 양산. 6개월 속성 과정으로 쏟아진 주니어 개발자들. 퀄리티는 천차만별이다. 기업 입장에서 주니어를 뽑아 교육하는 것보다 시니어 한 명이 AI 도구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온 거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한 게 아니라, 시장이 과잉 공급된 주니어를 걸러내는 중이다.

이 모든 악재가 겹친 결과를 "AI가 개발자를 대체하고 있다"로 포장하면? 바이브 코딩 강의가 팔린다. 공포가 상품이 되는 구조다. "개발자도 잘리는 시대에 당신도 코딩을 배워야 한다" — 논리가 교묘하다. 개발자가 잘린 이유와 비개발자가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감정이 앞서면 이 연결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이 공포를 먹고 사는 건 강의팔이만이 아니다. "모두가 개발자를 그만두는 이유", "개발자 종말이 온다", "앞으로 살아남는 개발자의 조건" — 유튜브에 이런 영상이 쏟아진다. 썸네일에 빨간 글씨, 충격적인 표정, 하락 그래프.

이것도 영상팔이다. 구조가 똑같다.

공포를 자극하는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한다. 영상 초반에 "개발자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팩트를 던진다. 여기까진 사실이다. 그런데 원인 분석은 건너뛰고 "AI 때문"으로 퉁친 다음, 결론은 "이렇게 해야 살아남는다"로 간다. 그 "이렇게"가 본인 채널 구독이거나, 다음 영상 클릭이거나, 결국 강의 링크다.

전형적인 영상 하나를 뜯어보자. "모두가 개발자를 그만두는 이유 — 정말 종말이 맞을까요?" 류의 영상이다. 10분짜리 영상을 요약하면 이렇다.

  • 개발자 일자리가 줄고 있다 (사실)
  • AI가 주니어를 대체하고 있다 (부분적 사실)
  • 회계사가 스프레드시트 나와도 안 사라졌듯이 개발자도 진화하면 된다 (매번 나오는 비유)
  •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라 (누구나 아는 얘기)
  • AI와 협업해라 (역시 누구나 아는 얘기)

10분 동안 새로운 인사이트가 하나도 없다.

팬데믹 과잉 채용? 안 다룬다. 개발자 몸값 거품? 안 다룬다. 부트캠프 양산으로 인한 공급 과잉? 안 다룬다. 원인을 분석하려면 이런 구조적 문제를 건드려야 하는데, 그러면 영상이 복잡해지고 조회수가 안 나온다. "AI 때문"이 가장 자극적이고, 가장 단순하고, 가장 클릭이 잘 되니까 그걸 쓰는 거다.

그리고 결론이 항상 "진화해라", "AI와 협업해라"인 이유가 있다. 반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라"에 누가 "아니요, 키우지 마세요"라고 하겠나. 맞는 말이지만 아무 의미 없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없다. 그건 다음 영상에서, 혹은 강의에서 다룬다.

회계사-스프레드시트 비유도 매번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엑셀 나왔을 때 회계사 멸종한다고 했지만 안 사라졌다.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듣기엔 그럴듯하다. 근데 이 비유에는 빠진 게 있다. 엑셀 때문에 사라진 회계사는 실제로 있었다. 단순 장부 기입하던 사람들은 진짜 일자리를 잃었다. 살아남은 건 세무 전략, 재무 컨설팅으로 올라간 사람들이다. 즉 이 비유의 진짜 교훈은 "괜찮다"가 아니라 **"올라가지 못하면 대체된다"**인데, 영상은 앞부분만 쓰고 뒷부분은 잘라낸다.

개발자 커리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조회수 장사 소재로 쓰는 거다. 정작 영상을 만드는 본인은 개발자를 그만두지 않았다. "개발자 종말"을 외치면서 개발자 대상 콘텐츠로 돈을 번다. 아이러니의 끝판왕이다.

겁먹지 마라. 그리고 겁먹은 상태에서 결제하지 마라.

건물 경매, 쿠팡 소싱, 그리고 바이브 코딩

패턴이 너무 익숙해서 소름이 돋는다.

건물 경매로 월세 수익. 쿠팡 소싱으로 부업 월 500. 청과물 소도매로 퇴직 후 창업. 이제 거기에 하나 추가됐다. 바이브 코딩으로 앱 만들어 수익화.

구조가 똑같다. 글자 하나 차이다.

1단계 — 성공 스토리를 앞세운다. "코딩 몰라도 앱 하나로 월 200 벌어요." 숫자가 구체적일수록 신뢰감이 올라간다. 이게 함정이다.

2단계 — 진입 장벽이 없다고 말한다.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어요." 어려운 부분은 편집으로 잘라낸다.

3단계 — 시간이 없다고 압박한다. "이 정보 곧 사라져요." "지금 신청자만 특별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장치다.

4단계 — 강의비 회수는 수강생 몫이다. 강의 팔고 나면 끝이다. 수익화 못 해도 환불 안 된다. "열심히 안 한 거 아니에요?"로 마무리된다.

이 4가지만 기억하면 안 당한다

강의 파는 사람이 그 방법으로 지금도 돈을 버는가. 바이브 코딩 강의를 팔면서 정작 본인 앱 수익은 공개 안 한다면 답이 나온다. 건물 경매 강사가 강의 수익으로 사는 건지, 건물 월세로 사는 건지 물어봐라.

"누구나"와 "자동"이 같이 나오면 닫아라. 진짜 수익 나는 방법에 이 두 단어가 동시에 들어갈 수 없다.

성공 사례가 검증 가능한가. 수강생 후기가 익명이거나 얼굴 없는 캡처면 조작이다. 실명, 실제 운영 중인 서비스가 있는지 확인해라.

실패 사례를 얼마나 솔직하게 말하는가. 진짜 강사는 "이런 경우엔 안 됩니다"를 먼저 말한다. 못 하는 케이스를 숨기는 강의는 팔 게 있다는 뜻이다.

"코딩 1도 몰랐는데 만들었어요"를 믿지 마라

커뮤니티 성공 사례. "저 코딩 1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당한다.

실제로 들여다봐라. 그 사람은 IT 회사에서 기획자로 일했거나, 대학에서 컴공 수업을 들은 적이 있거나, 최소한 엑셀 매크로 정도는 다뤄본 사람이다. "코딩을 모른다"는 말은 "프로덕션 레벨 코드를 짜본 적이 없다"는 뜻이지, "컴퓨터를 처음 만져본다"는 뜻이 아니다. 근데 그 뉘앙스가 전달 과정에서 사라진다.

냉정하게 물어보자.

집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가 바이브 코딩으로 앱을 만들 수 있을까? 평생 농사만 짓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바이브 코딩을 알려주면 수익화 앱이 나올까?

안 된다. 당연히 안 된다.

터미널이 뭔지, 배포가 뭔지, API가 뭔지 — 이 단어의 의미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AI한테 "앱 만들어줘"라고 해봤자 첫 번째 에러에서 멈춘다. 에러를 AI한테 붙여넣으면 다른 에러가 나고, 그걸 또 붙여넣으면 처음에 고친 걸 되돌린다. 이 지옥 루프에서 탈출하려면 최소한 뭐가 잘못됐는지 감을 잡을 수 있는 기반 지식이 필요하다.

여기서 결정적인 질문 하나.

만약 정말로 아무나 바이브 코딩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왜 모든 사람이 돈을 벌고 있지 않은가?

이 질문 하나면 끝난다.

그리고 진짜 핵심. 돈이 되는 노하우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생각해봐라. 진짜 바이브 코딩으로 월 200만 원을 버는 방법이 있다고 치자. 그걸 왜 유튜브에 올리나? 왜 강의로 파나? 그 방법으로 계속 돈 벌면 되지.

답은 간단하다. 이미 단물을 다 빨아먹었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늘어서 수익이 줄었거나, 시장이 포화됐거나,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방법이 된 것이다. 쭉정이만 남았을 때 비로소 마지막 수익 수단으로 강의를 파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돈 벌었습니다"는 과거형이다. 현재형이 아니다.

건물 경매도 그랬다. 진짜 싸게 낙찰받는 노하우가 있던 사람들은 조용히 건물을 사들였다. 경매 시장에 사람이 몰리고, 낙찰가가 올라서 더 이상 남는 게 없어졌을 때, 그때 강의를 팔기 시작했다. 주식, 부동산, 쿠팡 소싱, 전부 같은 패턴이다. 바이브 코딩도 예외가 아니다.

유튜브 영상이 편집으로 잘라낸 것들

AI가 앱을 뚝딱 만드는 건 사실이다. 편집으로 잘라낸 것도 사실이다. 뭘 잘랐는지 하나씩 까보겠다.

AI는 니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한 것"을 만든다

"쇼핑몰 만들어줘"라고 하면 AI가 뭔가 만들어준다. 근데 그건 AI가 상상한 쇼핑몰이지, 니가 원하는 쇼핑몰이 아니다.

"상품 목록이 있고, 장바구니가 있고, 결제는 없고, 재고가 0이면 품절 표시가 나오는 화면" —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해야 그나마 쓸 만한 게 나온다. 근데 처음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자체를 모른다. 그게 첫 번째 벽이다.

에러 지옥 루프

뭔가 만들다 보면 반드시 에러가 난다. 개발자는 에러 메시지를 읽고 어디가 문제인지 파악한다. 비개발자는 빨간 글씨를 보고 AI한테 붙여넣는다. AI가 고쳐준다. 또 에러.

이 루프가 끝없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게 빠르겠다"가 된다. 영상에서 이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AI는 5분 전에 한 말도 까먹는다

ChatGPT든 Claude든, 대화가 길어지면 앞에서 한 말을 조금씩 잊기 시작한다. "아까 버튼 색 파란색으로 했잖아요"라고 해도 모르는 척한다.

이걸 방지하려면 중요한 결정사항을 따로 메모해서 대화 시작마다 붙여넣어야 한다. 개발자들은 이걸 "프롬프트 관리"라고 부른다. 처음 하는 사람은 이게 있는지도 모른다.

AI는 틀리면서 자신만만하다

이게 제일 위험한 포인트다.

AI는 모르면 "모르겠습니다"라고 안 한다.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서 확신 있게 내놓는다.

의사한테 가면 "이 증상은 X일 수 있으니 검사해봅시다"라고 한다. AI한테 물으면 "이 증상은 X입니다. Y를 복용하세요"라고 한다. 틀렸을 때 누가 더 위험한가.

코드 보안도 똑같다. "이 코드 보안 괜찮아?"라고 물으면 "네, 괜찮습니다"라고 한다. SQL 인젝션 구멍이 뚫려있어도. 개발자는 코드 보면 이상한 게 보인다. 비개발자는 AI가 "괜찮다"고 하면 그대로 배포한다.

완성? 아니, 시한폭탄이다

AI한테 "쇼핑몰 만들어줘"라고 하면 로그인, 상품 목록, 장바구니가 나온다. 이건 만들어준다. 아래 목록은 물어보지 않으면 안 만들어준다.

  • 인증 토큰 만료 처리 → 로그인이 영원히 유지됨. 해커가 토큰 탈취하면 끝
  • 비밀번호 해싱 → 평문 저장. DB 털리면 비밀번호 그대로 노출
  • SQL 인젝션 방어 → 입력창에 특수문자 넣으면 DB 날아감
  • Rate Limiting → 로그인 시도 무제한. 브루트포스 공격 무방비
  • 에러 메시지 처리 → 서버 내부 구조가 에러에 그대로 노출
  • CORS 설정 → 아무 사이트에서나 API 호출 가능

이것들이 빠진 상태로 "앱 완성됐다"고 올라온다. 사용자 없을 때는 문제없다. 사용자가 생기는 순간 시한폭탄이 돌아간다.

개발자가 커뮤니티 자랑글 보면 드는 생각

솔직하게 말한다. 부럽다. 진짜로 부럽다. 개발자로 오래 살면서 환경 세팅만 하루 날린 사람 입장에서, 프롬프트 몇 개로 앱 캡처 뽑아내는 거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근데 그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보이는 게 있다. 귀엽다.

틀렸다는 게 아니다. 진짜로 만든 거 맞다. 근데 개발자 눈에는 그게 귀엽다.

"제가 깊이 고민해서 기획했고, AI가 구현해줬어요. 제 서비스입니다." 그 "깊이 고민한 기획"이 얼마나 독창적인가가 핵심이다.

로그인, 게시판, 댓글, 좋아요, 알림. Claude한테 "SNS 만들어줘"라고 하면 나온다. "쇼핑몰 만들어줘"도 나온다. AI가 구현했다는 말은, 같은 말 하면 누구든 똑같은 게 나온다는 뜻이다.

비개발자가 2주 동안 AI랑 씨름해서 만든 걸, 개발자는 3시간에 더 잘 만든다. 냉정하지만 현실이다. 같은 프롬프트를 넣으면 같은 앱이 나온다. 해자(Moat)가 없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구현이 AI라면 그 아이디어를 본 사람이 하루 만에 복제할 수 있다.

진짜 해자는 다른 데 있다. 이미 쓰는 사용자가 있고 그들이 이탈 안 하면. 쌓인 데이터가 서비스를 좋게 만들면. 브랜드나 커뮤니티가 형성됐으면. 전부 앱 만든 이후의 얘기다. 커뮤니티 자랑글은 앱 완성 시점에서 끝난다. 그 뒤가 진짜 게임인데.

자랑글이 절대 보여주지 않는 것

커뮤니티 자랑글:

"드디어 만들었어요!" [완성된 UI 화면 캡처]

한 달 뒤에 올라오지 않는 글:

  • "사용자 신고가 왔는데 어디서 난 버그인지 모르겠어요"
  • "갑자기 서버비가 50만 원 나왔어요"
  • "해킹당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나요"
  • "AdSense 심사 3번째 반려됐어요"
  • "일 방문자 3명인데 마케팅을 어떻게 하나요"
  • "내가 왜 이걸 시작했지"

개발자들이 사이드 프로젝트 접는 이유가 저 목록 어딘가에 있다. 경력 10년차도 저 중에 하나씩은 막힌다.

치킨집 창업이랑 뭐가 다른데?

장사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치킨집 하면 돈 된다더라" 하고 뛰어드는 꼴을 본 적 있을 거다.

주변에서 말린다. 왜? 치킨집 차리는 건 어렵지 않다. 돈 내면 된다. 운영하는 게 어렵다.

새벽 4시 출근, 재료비 원가, 임대료, 알바 관리, 배달 앱 수수료 30%, 옆 골목 신규 오픈한 경쟁점, 위생 점검. 이게 진짜 치킨집이다. 치킨 튀기는 거랑 치킨집 운영은 다른 일이다.

바이브 코딩 창업도 똑같다.

앱 만드는 건 이제 진짜로 쉬워졌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서버비, 보안 패치, 버그 신고 CS, 사용자 이탈 분석, 마케팅, 결제 오류 대응 — 이게 앱 운영이다. 앱 만드는 것과 앱 운영은 다른 일이다.

근데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치킨집은 망하면 보인다. 가게 문 닫고 임대 공고 붙는 거 동네 사람들이 다 본다. 그래서 경각심이라도 생긴다.

바이브 코딩은 망해도 안 보인다. GitHub 레포 조용히 아카이브되고 도메인 만료되면 흔적도 없다. 커뮤니티엔 성공 자랑글만 올라오고 실패 사례는 쌓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사람이 또 뛰어들고, 또 조용히 사라진다.

커피숍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엔 "카페 창업 성공기" 블로그 글만 넘쳤다. 폐업한 사람은 글을 안 썼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뛰어들었고 폐업률은 계속 올라갔다. 지금은 모두가 그 현실을 안다. 바이브 코딩은 아직 그 단계 이전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이것만은 지켜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목적이 맞으면 좋은 도구다. 근데 최소한 이건 지켜라.

만들고 싶은 걸 글로 먼저 써라. 화면이 몇 개인지, 각 화면에서 뭘 하는지, 데이터는 어디서 오는지. AI한테 주기 전에 이게 먼저다.

"쇼핑몰 전체"가 아니라 "상품 목록 화면 하나"부터 시작해라. 작동 확인하고 기능을 하나씩 붙여라.

AI가 "됐다"고 해도 믿지 마라. 직접 눌러보고 확인해라. AI는 틀려도 자신 있게 말한다.

HTML/CSS 기초 정도는 2시간 투자해라. 에러 메시지에서 어느 파일 몇 번째 줄이라는 게 뭔지만 알아도 천지차이다.

앱 완성이 아니라 사용자를 목표로 둬라. 실제로 쓸 사람이 있나? 그 사람한테 물어봤나? 비슷한 게 이미 있는데 왜 내 게 더 나은가? 6개월 뒤에도 운영할 의지가 있나? 이 답이 없으면 포트폴리오용 캡처 하나 남는다. 그것도 나쁜 건 아니다. 근데 그걸 수익화라고 부르지는 마라.

강의 결제 버튼 누르기 전에

바이브 코딩은 사기가 아니다. 좋은 도구다.

근데 마법도 아니다. "말만 잘 하면 된다"는 말은 반만 맞다. 말을 잘 하려면 뭘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야 하고, 뭘 만들어야 하는지 알려면 조금은 알아야 한다.

기술이 진짜일수록 그걸 포장한 과대 광고도 정교해진다. "AI가 다 해준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지갑을 닫아라. 이 사람이 파는 게 기술인지, 강의인지 먼저 따져봐라.

우리는 커피숍들의 결말을 이미 봤다. 치킨집들의 결말도 봤다. 바이브 코딩 창업의 결말도, 결국 같은 자리로 수렴할 것이다.

커피머신은 커피를 내려줄 뿐이다. 카페를 운영해주지는 않는다.

49만 원짜리 강의가 이걸 바꿔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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