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만들어보는 인공지능(LLM) 로봇 만들기 프로젝트 — EP 9. 4개월 회고, 그리고 다음은 레고
아들과 함께 만들어보는 인공지능(LLM) 로봇 만들기 프로젝트 — EP 9. 4개월 회고, 그리고 다음은 레고
EP 0를 쓰던 날, 책상 위에 반쯤 조립된 아크릴 샤시가 있었다. 한쪽 바퀴가 반대로 돌고 있었다.
지금은 그 로봇이 주방까지 혼자 걸어가서 물컵을 찾는다. 가져오지는 못하지만.
4개월이 걸렸다.
잘 된 것들
에이전트 하네스 방식이 효과 있었다
CLAUDE.md 기반으로 도메인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매번 컨텍스트를 설명하는 피로가 없어졌고, AI가 프로젝트 규칙을 지키면서 코드를 짰다. 처음에 10줄로 시작한 파일이 120줄이 됐는데, 그게 프로젝트 자체의 성장 기록이기도 했다.
아들이 8번의 프롬프트로 동작 하나를 완성했다
EP 5에서 쓴 그 장면이 이 프로젝트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들이 혼자 앉아서 여덟 번 프롬프트를 다듬어서 장애물 회피 동작을 완성한 날. 코드를 한 줄도 안 쳤다. 근데 "내가 짠 거야"가 틀리지 않았다.
Apple Silicon 로컬 LLM 조합이 맞았다
M4 Pro에서 112 tok/s. 클라우드 API 지연 없이 LAN 안에서 0.5초 이내 응답. 이게 실제로 작동한다는 걸 확인했다. 집에서 로컬 LLM 서버를 운영하는 게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예상과 달랐던 것들
아두이노 → Pi 전환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EP 6에서 노트북 브릿지를 쓰는 순간, "이건 임시방편"이라는 게 너무 명확했다. 처음 설계에서는 EP 7이 Pi 전환이지만, 솔직히 EP 4~5 시점부터 이미 전환하고 싶었다. 한 편에 하나씩 넣는 시리즈 구조 때문에 참았다.
비전 LLM이 생각보다 잘 됐다
EP 8에서 "주방 가서 물컵 찾아줘"가 세 번째 시도에 됐을 때 솔직히 놀랐다. 하드코딩 없이, 지도 없이, 카메라 하나로 공간을 인식하고 목표를 찾아가는 것—이게 7B 파라미터 모델에서 된다는 게 2년 전이었으면 믿기 어려운 일이었을 거다.
아들이 에러 메시지를 읽게 됐다
처음엔 에러가 나면 무조건 나한테 왔다. 지금은 빨간 글씨가 뜨면 일단 자기가 읽는다.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어디 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는 찾는다. 이건 내가 가르친 게 아니다. 그냥 하다 보니 된 거다.
솔직히 안 된 것들
아들이 코드 구조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함수가 뭔지, 루프가 왜 있는지—이건 아직 모른다. 바이브 코딩으로 동작을 만들 수 있지만, "이 코드가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는 설명 못 한다. 이게 지금 당장 문제라고는 생각 안 하지만, 나중에 기초를 배워야 할 시점이 올 거다.
센서 노이즈가 끝까지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HC-SR04의 0cm, 400cm 노이즈. 필터링을 여러 번 했는데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가끔 아무것도 없는데 로봇이 멈춘다. 하드웨어 레벨 문제라 소프트웨어로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센서를 교체하거나 레벨 쉬프터 회로를 다시 짜는 방법이 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못 했다.
Pi 5를 못 샀다
솔직히 쓴다. 처음에 "블로그 수익이 생기면 Pi 5 사겠다"라고 EP 0에 썼다. 4개월 동안 블로그 수익은 생겼다. Pi 5를 살 정도는 됐다. 근데 Pi 4가 충분히 잘 작동해서 안 샀다. 굳이.
아들이 4개월 동안 배운 것
"코딩을 가르치겠다"는 게 원래 목표였다. 정확히는 가르친 게 아니라 같이 했다.
아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것:
- 원하는 동작을 AI에게 자연어로 설명하기
- 코드가 이상하게 작동할 때 어디가 문제인지 좁혀가기
- Serial 모니터 로그 보고 센서 값이 이상한지 판단하기
- 컨텍스트 확인 질문 (EP 2에서 아들이 만든 루틴)
- 하드웨어 배선 — 전원 라인 분리, 전압 확인은 이제 습관
아들이 지금 못 하는 것:
- 코드 직접 수정
- 컴파일 에러 해석
- 회로 설계
못 하는 것이 더 많다. 당연하다. 4개월이고 12살이다.
근데 "AI에게 원하는 걸 설명해서 결과를 얻어내는" 감각은 생겼다. 그게 이 프로젝트에서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었다.
시즌 2는 레고
아들이 이미 알고 있다.
"다음에는 레고로 만들자." EP 0에서 처음 나온 얘기가 4개월 내내 가끔 나왔다. 아두이노 샤시가 움직이는 걸 볼 때마다 "레고 테크닉으로 만들면 더 잘 될 것 같은데"가 나왔다.
레고 테크닉으로 로봇 본체를 아들이 직접 설계한다. 기어비, 토크, 어떤 바퀴 구성이 안정적인지—이건 아들이 레고를 통해 이미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영역이다. 레고 Mindstorms나 Spike Prime을 붙이면 Pi 없이도 프로그래밍 가능하다. 거기에 기존 LLM 서버 하네스를 재활용한다.
Pi 5는 그때 산다. 레고 Technic도 사야 하고. 그 비용이 나오면.
EP 0부터 이 글까지 읽어온 분이 있다면, 그냥 같이 진행하는 걸 옆에서 본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썼다. 완성된 프로젝트 자랑이 아니라, 대화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을.
아들이 이 시리즈가 올라오는 걸 알고 있다. 자기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라간다는 게 처음엔 좀 어색하다고 했다. 지금은 "오늘 한 거 올려"라고 먼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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