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H는 날짜를 짚었고 저는 AI에 손코딩을 넘긴 날을 모릅니다

이미지
DHH가 올해 Rails World에서 한 발표를 요약한 영상을 몇 편 봤습니다. 원본 발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아니고, 한국어로 정리해 준 유튜브 영상 네 편을 이어서 봤습니다. 발표를 남이 정리해 준 걸로 보고 대충 알았다고 넘어가는 것도, 생각해 보면 요즘 제가 코드를 대하는 방식이랑 비슷합니다. 원본을 다 읽지 않고 정리된 결과를 보고, 이상한 데가 있으면 그때 찾아봅니다. 내용이 많았는데 제일 오래 남은 건 날짜 하나였습니다. 2025년 11월 24일. 영상에 따르면 DHH는 이날을 "우리 시대의 코닥 브라우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Claude Opus 4.5가 나온 날입니다. 1900년에 1달러짜리 카메라가 나오면서 초상화를 그리던 화가들이 일감을 잃고 방향을 틀었던 것처럼, 그날부터 프로그래머의 일이 바뀌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비탈길처럼 매끄럽게 오르는 게 아니라 한참 평평하다가 어느 날 한 칸 뛰는 계단처럼 온다고 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제 날짜를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언제였지. 생각이 안 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접 친 코드 어림잡을 수 있는 건 있습니다. 2025년 9월쯤부터는 제가 코드를 직접 쓴 기억이 없습니다. DHH가 짚은 날보다 두 달쯤 앞입니다. 이걸 날짜라고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9월 몇 일에 무슨 일이 있어서 그날부터 안 쓴 게 아니라, 거꾸로 짚어 올라가다 보니 그쯤부터는 기억이 비어 있다는 정도입니다. 어느 날 키보드에서 손을 뗀 게 아니라 손으로 친 마지막 줄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니 안 떠오르는 겁니다. 두 달 앞이라고 해서 제가 남들보다 빨랐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때 무슨 모델을 쓰고 있었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DHH는 특정 모델이 나온 날을 짚었는데 저는 어떤 모델 때문에 넘어왔는지를 말할 수가 없습니다. 모델이 바뀐 날은 발표가 있으니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제가 바뀐 날은 아무 데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커밋 기록을 뒤져 보면 뭔가 나올...

구글 AI 도구 Opal·Pomelli·Stitch·Mixboard 무료 사용 조건 정리

밝은 책상 위에 무료 샘플처럼 놓인 상자 네 개 중 세 개만 뚜껑이 열려 있는 장면

구글 AI 도구 네 개를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웹사이트 주소만 넣으면 SNS 콘텐츠를 기획해 준다는 Pomelli, 텍스트만 쳐도 UI 시안이 나온다는 Stitch, 클릭 몇 번으로 업무를 자동화한다는 Opal, 이미지를 만들어 무드보드에 늘어놓는 Mixboard. 넷 다 구글 랩스에서 나왔고 넷 다 무료라고 적혀 있어서, 기능만 훑어서 정리하면 금방 끝날 줄 알았습니다.

기능은 실제로 금방 파악됐습니다. 공식 발표 글 네 개를 읽으면 각각 뭘 넣으면 뭐가 나오는지는 한 시간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 쓸 수 있냐는 한 줄을 붙이려다가 막혔습니다. 확인해 보니 넷의 대답이 다 달랐습니다. 하나는 검색 결과끼리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었고, 하나는 나라는 되는데 언어가 안 됐고, 하나는 나라도 언어도 넘겼는데 계정 종류에서 안 됐습니다. 무료라는 말은 네 번 나오는데 그 말이 가리키는 게 넷 다 달랐습니다. 소개 글을 쓰려던 게 어느새 조건을 하나씩 확인하는 글이 됐습니다.

요금제 아래에 조건이 네 개 더 있었습니다

도구를 처음 열 때 보통은 요금제부터 봅니다. 유료인지, 카드를 넣어야 하는지. 랩스 실험은 그 질문에 다 무료라고 답하니까 요금제만 보면 넷이 똑같아 보입니다. 실제로 쓸 수 있느냐는 그 아래에서 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먼저 나라입니다. 랩스 실험은 거의 언제나 미국에서 먼저 열립니다. Opal 도 Mixboard 도 처음엔 미국 전용이었고, 한국까지 오는 데 한두 달씩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한국어 소개 글은 잔뜩 올라오는데 막상 링크를 누르면 지역 제한 안내가 뜹니다.

나라가 열려도 언어는 또 따로였습니다. 이게 별개라는 걸 이번에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지원 국가에 한국이 있는데 지원 언어에는 영어만 적혀 있는 도구가 있습니다. 접속도 되고 로그인도 되는데 결과물이 영어로 나옵니다. 아예 막힌 게 아니라서 오히려 더 혼란스럽습니다. 막혔으면 바로 포기할 텐데, 반쯤 되니까 계속 만지게 됩니다. 처음엔 제가 설정을 잘못한 줄 알고 언어 설정부터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계정 종류에서 안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개인 지메일이냐 회사 워크스페이스 계정이냐에 따라 아예 못 쓰는 건데, 하필 업무용으로 제일 쓸모 있어 보이는 도구가 여기서 걸렸습니다.

마지막은 한도입니다. 무료라고 무한은 아닌데, 구글이 그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공개한 것도 수백 회 같은 식으로만 적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넷 다 한국에서 열리기는 합니다. Stitch 만 한국어 프롬프트가 돌고 나머지 셋은 영어 전용이고, Opal 은 개인 계정에서만 됩니다. 한도는 Pomelli 가 수백 회라고만 써뒀고 나머지는 아예 없습니다. 다 열린다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닌데, 써보면 언어와 계정 조건 때문에 느낌이 꽤 다를 것 같습니다.

Pomelli 는 웹사이트를 읽어서 브랜드를 뽑아냅니다

Pomelli 는 구글 랩스와 딥마인드가 같이 낸 마케팅 도구이고 소상공인이나 작은 브랜드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주소를 하나 넣으면 그 사이트를 읽어서 Business DNA 라고 부르는 브랜드 프로필을 만듭니다. 말투, 쓰고 있는 폰트, 이미지 스타일, 색 팔레트 같은 것들입니다. 그다음 그 프로필에 맞춰 캠페인 아이디어를 여러 개 내주고, 그 아이디어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에 올릴 수 있는 에셋으로 만들어 줍니다.

저는 입력이 프롬프트가 아니라 URL 이라는 점이 제일 재밌었습니다. 이미지 생성 도구를 실무에 붙여본 사람이면 시간이 어디서 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미지 한 장 뽑는 건 몇 초인데, 우리 브랜드는 이런 톤이고 이런 색을 쓰고 이런 말투에 이런 사진은 안 쓴다는 걸 매번 프롬프트로 다시 설명하는 게 오래 걸립니다. 그것도 매번 조금씩 다르게 설명하게 되니 결과물이 계속 어긋납니다. 지난주 인스타 카드랑 이번 주 카드가 다른 브랜드처럼 보이는 게 대개 그래서입니다.

Pomelli 는 그 설명을 사람이 안 쓰고 사이트에서 긁어옵니다. 웹사이트에 브랜드를 이미 다 표현해 뒀으면 그게 곧 프롬프트라는 생각인데, 브랜드 가이드 문서를 따로 만들어서 관리하는 회사보다 그럴 여력이 없어서 사이트 하나로 버티는 회사가 훨씬 많다는 걸 잘 보고 만든 것 같습니다.

저는 세 단계 중에 가운데 있는 아이디어 단계가 의외로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꾸준히 올려야 하는 계정을 운영해 본 사람이면 진짜 막히는 게 제작이 아니라는 걸 알 겁니다. 만드는 건 반나절이면 되는데 이번 주에 뭘 올릴지가 안 떠올라서 월요일이 통째로 날아갑니다. 그러다 결국 지난달에 했던 걸 살짝 바꿔서 다시 올리게 됩니다. Pomelli 는 브랜드 프로필을 먼저 잡아두고 거기서 캠페인 후보를 뽑으니까 아이디어가 매번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 도구가 대신하려는 건 디자이너보다는 이번 주에 뭐 올리지 하는 회의 쪽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제품 정보를 넣어두는 카탈로그가 있어서 어떤 상품을 어떤 캠페인에 태울지 고를 수 있고,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드는 포토슛 기능도 따로 있습니다. 올해 5월 업데이트에서는 뽑아낸 색과 폰트와 이미지를 묶어서 브랜드 가이드 문서로 만들어 주는 브랜드북, 그리고 클릭 몇 번으로 사이트 한 벌을 세워주는 웹사이트 생성이 붙었습니다. 브랜드 프로필 만드는 걸 도와주는 에이전트도 같이 들어갔습니다. 사이트를 읽어서 브랜드를 뽑던 도구가 이제 사이트를 만들어 준다는 건, 넣을 사이트조차 없는 사람까지 데려가겠다는 얘기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이트를 만들어 주는 쪽은 순서가 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원래 Pomelli 는 사이트에 이미 담긴 브랜드를 읽는 도구였는데, 사이트까지 Pomelli 가 만들면 읽을 브랜드도 Pomelli 가 만든 셈이 됩니다. 도구가 만든 걸 도구가 다시 읽어서 그걸 브랜드라고 부르는 건데,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그 가게만의 무언가를 담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작하는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만요. 처음 가게를 여는 사람이 브랜드부터 정해두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걸리는 건 언어였습니다. 구글 랩스 지원 현황 문서를 보면 한국은 사용 가능한 나라 목록에 있는데, 같은 문서의 지원 언어에는 영어 한 줄만 적혀 있습니다. 한국어 쇼핑몰 주소를 넣으면 색이나 폰트 같은 건 뽑히더라도 카피는 영어로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국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바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나온 문구를 다시 번역해서 갈아 끼울 거면 이 도구를 쓸 이유가 절반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 톤을 알아서 맞춰주는 게 이 도구의 핵심인데 그 톤이 다른 언어로 나오니까요. 색이나 폰트는 언어와 상관없이 옮겨지지만 말투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어 쇼핑몰의 말투를 읽어서 영어 문장으로 내놓으면 그건 이미 다른 브랜드의 말투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도구에서 언어 제한이 다른 도구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영문 랜딩 페이지가 이미 있고 해외 SNS 를 운영하는 쪽이라면 지금도 쓸 데가 있을 것 같고, 국내 브랜드라도 해외 채널을 따로 운영한다면 그쪽에 먼저 붙여보는 게 맞아 보였습니다.

무료 조건도 흐릿했습니다. 구글은 현재 무료로 쓸 수 있고 이미지와 영상을 수백 회 생성할 수 있다고만 적어 놨습니다. 몇 번인지는 없습니다. 한도가 바뀌면 도움말에 반영하겠다는 문장이 붙어 있는데, 저는 이걸 바꿀 생각이 있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계정은 개인 지메일도 되고 워크스페이스도 되는데, 회사 계정에서 오류가 나면 관리자가 랩스 접근을 풀어줘야 합니다. 만 18세 이상만 쓸 수 있고, 만든 이미지는 올리기 전에 사람이 확인하라고 도움말에 따로 적혀 있습니다.

Stitch 는 피그마를 대신한다기보다 빈 화면을 없애줍니다

Stitch 는 작년 I/O 에서 나왔습니다. 텍스트를 치거나 이미지를 넣으면 UI 시안이 나오고, 그걸 피그마에 붙여 넣거나 프론트엔드 코드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입력이 두 가지입니다. 결제 화면이 있는 음식 배달 앱처럼 말로 설명하는 방법이 있고, 손으로 그린 스케치나 다른 앱 스크린샷이나 와이어프레임을 이미지로 던지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미지를 던지는 쪽을 더 많이 쓸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 그림이 이미 있는데 그걸 말로 옮기는 게 더 오래 걸릴 때가 많으니까요. 냅킨에 그린 박스 몇 개를 찍어서 넣으면 그게 화면이 되어 나옵니다.

화면은 여러 장이 한 번에 나옵니다. 작년 말 Gemini 3 가 들어간 업데이트에서 프로토타입 기능이 붙어서, 캔버스에 흩어진 화면들을 서로 이어서 실제로 눌러지는 흐름으로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리뷰 회의를 해본 사람이면 이게 왜 다른지 알 겁니다. 화면 다섯 장을 늘어놓고 설명하는 거랑 직접 눌러보게 하는 건 받는 피드백이 다릅니다.

모드가 두 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표준 모드는 빠른 모델로 횟수를 많이 주고, 실험 모드는 무거운 모델로 품질을 올리는 대신 횟수가 적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구성인데, 이미지를 참조해서 만드는 실험 모드에서는 피그마로 내보내기가 안 됩니다. 이게 좀 얄궂었습니다. 품질 좋은 시안이 나오는 쪽 결과물을 정작 디자이너한테 넘길 수가 없고, 넘기려면 품질이 낮은 쪽에서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실험 모드로 방향을 찾고, 방향이 잡히면 표준 모드로 다시 만들어서 내보내는 식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피그마로 내보내면 레이어와 컴포넌트가 살아 있습니다. 이미지 한 장으로 나오면 디자이너는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는데, 레이어가 살아 있으면 그 위에서 고쳐 쓸 수 있습니다. 자동으로 만든 게 실무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대개 여기서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고칠 수 있는 상태로 넘어오지 않으면 참고 이미지일 뿐이니까요. 코드 내보내기도 비슷하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로 배포할 코드라기보다 간격이 몇 픽셀이냐를 묻고 답하는 왕복을 줄여주는 정도로 보입니다.

Stitch 가 피그마를 대체한다는 기사가 많은데, 실제로 대체되는 건 좁아 보였습니다. 빈 캔버스에서 첫 화면을 만들 때까지의 시간 정도입니다. 그게 작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첫 화면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고치는 일이 되고, 고치는 건 처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덜 막힙니다. 회의에서 아무것도 없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는 것과 누가 대충 그려둔 그림을 두고 여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것만큼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 여러 명이 같은 파일에 코멘트를 다는 일, 개발자한테 넘기는 규격 같은 건 여전히 피그마 쪽에 있습니다. 디자인 도구가 뭘로 버티는지는 피그마 주가가 빠졌을 때 한 번 써본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과 지금 Stitch 를 보는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만들기가 쉬워질수록 값어치는 쌓아둔 자산과 같이 일하는 방식 쪽에 남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 프롬프트는 됩니다. 영어로 쓸 때 결과가 더 정확하다는 후기가 많긴 합니다. 화면 안에 들어가는 텍스트는 만든 다음에 클릭해서 한국어로 바꾸는 게 현실적이고, 한글은 자간과 줄바꿈이 영문이랑 달라서 영어로 잘 맞던 레이아웃이 한국어를 넣는 순간 틀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한도는 좀 웃겼습니다. 찾다 보니 서로 다른 숫자를 봤습니다. 어떤 곳은 한 달에 오백몇십 회라면서 표준과 실험 모드를 더한 값이라는 설명까지 붙여 놨고, 다른 곳은 하루 열다섯 번이라고 적어 놨습니다. 한 달로 치면 비슷한 양 같아 보이지만 하루 상한이 있느냐 없느냐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주말에 몰아서 작업하는 사람한테는 그게 전부일 겁니다. 구글 공식 문서에는 Stitch 생성 한도가 아예 안 나와 있었습니다. 돌아다니는 숫자들은 누군가 자기 화면에서 본 카운터를 옮겨 적은 거라서, 본 시점이 다르면 값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 몇 번인지는 도구 안의 카운터를 직접 보고, 그게 다음 달에도 같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Opal 은 업무 자동화 도구인데 업무 계정으로 안 됩니다

Opal 은 작년 여름에 나왔습니다. 하고 싶은 걸 말로 설명하면 프롬프트와 모델과 도구가 이어진 워크플로를 알아서 그려 줍니다. 노드가 줄줄이 이어진 그림이 나오고 노드를 눌러서 고칠 수 있습니다. 코드는 한 줄도 안 씁니다. 그림으로 보이니까 처음 보는 사람도 대충 뭘 하는 워크플로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노코드 얘기인데, 저는 그다음이 더 볼 만했습니다. 만든 워크플로를 미니 앱으로 공유할 수 있고, 링크를 받은 사람은 구글 계정만 있으면 바로 씁니다. 설치할 것도 없고 프롬프트를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나뉜다는 게 이 도구에서 제일 쓸모 있는 부분 같았습니다. 지금은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계속 그 일을 맡게 되는데, 앱으로 묶어서 넘기면 그 사람은 한 번 만들고 손을 뗄 수 있습니다. 잘하는 사람이 일을 혼자 떠안는 일이 줄어드는 건 꽤 큰 변화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매주 경쟁사 다섯 곳의 공지사항을 확인해서 바뀐 걸 표로 정리하는 일이 있다고 해보면, 지금은 그걸 잘하는 사람이 프롬프트를 다듬어 가며 혼자 처리합니다. 옆 동료가 그 프롬프트 좀 알려달라고 하면 채팅창에 복사해서 던져주고, 받은 사람은 자기 상황에 맞게 또 고칩니다. 결과가 이상하면 다시 물어봅니다. Opal 은 이걸 링크 하나로 바꿉니다. 회사 이름 다섯 개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표가 나오는 앱이 되는 겁니다.

다만 링크를 받은 사람이 그 앱을 고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 같습니다. 만든 사람이 손을 떼고 나서 경쟁사가 여섯 곳으로 늘거나 공지사항 페이지 주소가 바뀌면, 앱은 조용히 이상한 표를 내놓을 겁니다. 그때 받은 사람이 노드 그림을 열어서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나뉜다는 건 편한 일인데, 고칠 줄 아는 사람이 계속 한 명뿐이라면 그 사람은 손을 뗀 게 아니라 잠깐 쉬는 것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Opal 의 노드 그림이 처음 보는 사람도 읽을 수 있게 생겼다는 게 꽤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넘겨받은 사람이 읽을 수 있어야 넘긴 게 되니까요. 링크 하나로 앱을 건네는 건 쉬운데, 그 앱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까지 같이 건네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디버깅이 붙은 것도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작년 가을 한국을 포함한 나라들로 넓어질 때 워크플로를 단계별로 돌리면서 어디서 터졌는지 바로 보여주는 기능이 들어갔습니다. 노코드 도구들이 결국 안 쓰이게 되는 이유가 대개 이거였던 것 같습니다. 만들 때는 쉬운데 안 될 때 왜 안 되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노드 하나가 조용히 빈 값을 내보내면 그 아래가 전부 이상해지는데 화면에는 결과가 이상하다는 것만 보입니다. 단계별로 돌려볼 수 있으면 적어도 어느 칸에서 어긋났는지는 짚을 수 있습니다. 같은 업데이트에서 생성 속도가 빨라졌고 병렬 실행도 들어갔고, 그 뒤로 지원 국가는 훨씬 더 늘었습니다.

지금은 Opal 이 제미나이 웹앱 안으로 들어가서 Gems from Google Labs 라는 이름으로 붙어 있고, opal.google 주소로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존 Gem 이 같은 지시를 반복해서 쓰는 채팅 프리셋이라면 이쪽은 여러 단계를 엮은 미니 앱이라는 게 구글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 통합 문서에 적힌 조건에서 멈췄습니다. 만 18세 이상이어야 하는 건 다른 도구랑 같은데, 바로 다음 줄에 개인 구글 계정이 필요하고 회사나 학교 계정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언어는 영어만 되고, 만들고 고치는 건 컴퓨터에서만 되고 모바일이나 크롬 확장에서는 안 됩니다.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로 소개된 도구가 업무 계정으로는 안 되는 겁니다.

개인 지메일로 로그인하면 쓸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회사 일을 자동화하려면 회사 데이터를 넣어야 하는데, 그 데이터가 개인 계정 쪽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대부분 회사 보안 정책에서 이건 그냥 안 되는 일일 겁니다. 사내에서 써볼까 하는 생각은 기능을 다 보기도 전에 계정 조건 한 줄에서 끝나버립니다.

구글이 실수한 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워크스페이스 계정에 실험 도구를 열어주려면 관리자 정책, 데이터 보관 규정, 나라별 규제가 다 얽힐 테니 랩스 단계에서 감당하기엔 너무 클 겁니다. 그래서 개인 계정이 먼저인 것 같은데, 소개 문구는 업무 자동화를 앞세우고 있으니 그것만 보고 회사에서 쓰는 그림을 그린 사람은 로그인 화면에서 처음 알게 됩니다.

데이터가 어디 남는지도 봐둘 만했습니다. 도움말에 따르면 Opal 에서 만든 미니 앱과 거기서 주고받은 내용, 올린 미디어는 구글 드라이브의 Opal 폴더에 저장되고, 제미나이 앱의 일부가 아니라서 제미나이 활동 기록에는 안 남습니다. 늘 보던 제미나이 활동 관리 화면에서 Opal 기록을 찾으면 안 보이고, 대신 드라이브에 폴더가 하나 생겨 있는 겁니다. 나중에 정리하려면 있는 줄도 몰랐던 폴더부터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Opal 을 쓴다면 매주 반복하는 정리나 웹에서 자료를 긁어 모양을 맞추는 일, 개인적으로 구독하는 뉴스레터 요약 같은 개인 작업 쪽일 것 같고, 회사에서 쓰는 건 계정 정책이 풀리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Mixboard 는 그림보다 늘어놓는 걸 팝니다

Mixboard 는 작년 가을 미국에서 먼저 나왔고 한 달 정도 뒤에 한국에도 열렸습니다. 끝없는 캔버스 위에 이미지와 텍스트 블록을 늘어놓고 생각을 펼치는 도구이고, 구글은 콘셉트 보드라고 부릅니다.

이미지 생성과 편집은 나노 바나나가 합니다. 제미나이 계열 이미지 모델이라서 이 부분만 바꿔달라는 식의 편집이 됩니다. 보드에 올라간 이미지를 보고 텍스트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만들거나 비슷한 걸 더 뽑는 버튼이 있습니다. 가진 사진을 올려놓고 거기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도구가 다른 이미지 생성기랑 다른 건 그림 실력이 아니라 늘어놓는 방식 같았습니다. 이미지 한 장 잘 뽑는 도구는 이미 많습니다. 아이디어를 다듬는 실제 과정은 한 장을 잘 뽑는 게 아니라 여러 장을 옆에 두고 비교하고 버리고 다시 뽑는 일입니다. 보통은 생성 도구에서 뽑아서 다운로드하고, 슬랙이나 노션에 올리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생성 도구로 가서 프롬프트를 고치고 또 받고 또 올립니다. 이 왕복에서 잃는 게 시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시안을 뽑을 즈음이면 첫 번째가 왜 별로였는지가 흐려집니다. 나란히 안 보이니까요. Mixboard 는 그 왕복을 한 화면에 넣었습니다.

구글이 든 예시는 인테리어, 이벤트 기획, 제품 아이디어, DIY 였습니다. 개발자보다는 기획이나 디자인 하는 사람 손에 먼저 맞을 것 같습니다. 미로 같은 화이트보드와 핀터레스트 같은 이미지 수집기를 합친 물건이라는 평이 많은데, 실제로 그 둘을 오가며 하던 일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에서 텍스트가 나온다는 것도 저는 그냥 넘기기 아까웠습니다. 보통은 반대로 합니다. 기획서를 먼저 쓰고 거기 맞는 이미지를 찾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이디어가 굳는 건 글을 쓸 때보다 그림 몇 장이 옆에 붙었을 때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보드에 올라간 이미지를 보고 설명 문구를 뽑아준다는 건 눈으로 먼저 고르고 말은 나중에 붙이는 순서를 도구가 받아들인 거라고 봤습니다.

여러 명이 같은 보드를 동시에 만지는 기능은 소개에 안 나옵니다. 미로나 피그잼을 생각하고 들어가면 거기서 어긋날 것 같습니다. 혼자 생각을 펼치는 캔버스지 회의실 화이트보드는 아닙니다. 그게 꼭 단점만은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 같이 보는 보드에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 정리된 것만 올리게 되는데, 혼자 보는 보드에는 말도 안 되는 것까지 막 올려볼 수 있으니까요. 아이디어 초반에는 그쪽이 더 나을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 열릴 때 보드 크기가 네 배로 커졌는데, 초기 사용자들이 캔버스가 좁다고 한 걸 반영한 거라고 합니다. 저는 이게 꽤 재밌는 신호로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이 도구로 실제로 하는 일이 몇 장 뽑고 끝내는 게 아니라 잔뜩 늘어놓는 쪽이라는 거니까요. 웹 전용이라 앱스토어에는 없고 모바일에서도 브라우저로 들어갑니다.

넷을 다 열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넷을 같이 놓으면 겹쳐 보이는데, 일하는 순서로 세워보면 쓰는 때가 다릅니다. 뭘 만들지 아직 안 정해졌으면 Mixboard, 방향이 잡혀서 화면으로 옮겨야 하면 Stitch, 만들고 나서 반복되는 일을 남한테 넘길 앱으로 묶는 게 Opal, 다 만든 걸 알리는 게 Pomelli 입니다. 펼쳐놓고, 모양을 잡고, 반복을 자동화하고, 밖으로 내보내는 순서인 것 같습니다. 브랜드 콘텐츠를 계속 찍어내야 하면 Pomelli 를 보되 영어라는 걸 먼저 감안하고, 화면 시안이 급하면 Stitch 가 제일 빠르고, 반복 작업을 앱으로 넘기고 싶으면 Opal 인데 개인 계정 조건에서 한 번 걸립니다.

넷 다 약한 데도 비슷했습니다. 결과물을 원래 쓰던 업무 도구로 넘기는 길이 얇습니다. Stitch 만 피그마 내보내기가 있고 나머지는 화면에서 받아 저장하는 정도입니다. 그 도구 안에서 한 바퀴 도는 건 잘 만들어져 있는데 바깥에서 이미 돌아가는 일과 맞물리는 부분은 아직 덜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넷 중 뭘 고르든 본 작업 앞에 붙이는 도구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나온 걸 받아서 원래 쓰던 도구에서 마무리하는 식으로요. 실험 딱지가 붙은 제품이라 문제가 생겨도 물어볼 데가 사실상 없다는 것도 같습니다. 마감 걸린 일을 이것 하나에만 걸어두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무료 다음에 뭐가 오는지는 이미 보였습니다

넷을 다 보고 나서 남은 질문은 이게 언제까지 무료냐였는데, 이건 짐작할 필요가 별로 없었습니다. 랩스 안에 먼저 그 길을 간 도구가 있습니다. 영상 도구 Flow 와 이미지 도구 Whisk 는 지금 크레딧으로 돌아갑니다. 구독이 없으면 하루 50 크레딧이 무료로 나오고, 구독 등급이 올라갈수록 한 달 크레딧이 늘어나고, 다 쓰면 상위 등급 가입자는 따로 살 수 있습니다.

랩스 실험이 가는 길이 이렇게 보였습니다. 처음엔 미국에서만, 무료로, 한도를 안 밝히고 엽니다. 쓰는 사람이 늘고 쓸모가 확인되면 나라를 늘립니다. 그다음에 구글 원 구독 안으로 들어가면서 크레딧이 붙습니다. 무료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한도가 줄어든 채로 남습니다. 하루 50 크레딧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맛은 보되 일에 쓰려면 결제하라는 선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네 도구의 무료는 공짜라기보다 아직 값을 안 매긴 상태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지금 안 내는 건 맞는데 계속 안 낸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과물을 어디에 쌓아두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도구 안에만 쌓이면 값이 붙을 때 고를 게 없습니다. Stitch 로 만든 시안은 피그마로 빼두고, Mixboard 보드는 이미지로 받아두고, Pomelli 가 만든 브랜드북은 문서로 저장해 두는 정도가 지금 할 수 있는 대비 같습니다. 구글을 못 믿어서라기보다 실험 딱지가 붙은 제품이 원래 그렇습니다. 랩스에서 조용히 사라진 실험도 이미 여럿입니다.

무료로 들어온 도구에 값이 붙는 건 회사가 사주는 AI 를 쓰다가 결국 제 돈으로 또 산 이야기에서 한 번 겪어봤습니다. 일상에 들어오고 나서 값이 매겨지면 그때는 이미 안 쓸 수가 없게 돼 있습니다. 그때 고르는 건 사실 고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넷은 처음부터 언젠가 값이 붙을 도구라고 생각하고 쓰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엇을 도구 안에 두고 무엇을 밖으로 빼둘지가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넣기 전에 생각해 볼 것

기능 말고도 볼 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네 도구가 받아가는 게 서로 다릅니다.

Pomelli 는 제 웹사이트를 읽습니다. 공개된 페이지라 새삼스러운 노출은 아니지만 브랜드 자산이 생성물로 다시 섞여 나온다는 건 좀 다릅니다. 만든 이미지를 그대로 올리기 전에 눈으로 확인하라고 구글이 도움말에 적어둔 걸 보면, 제품 사진에 없는 기능이 그려지거나 문구가 틀리는 일이 실제로 있는 것 같습니다. Opal 은 개인 계정으로만 되고 결과가 드라이브에 남으니 회사 데이터는 안 넣는다는 선부터 긋고 시작하는 게 맞아 보입니다. Stitch 와 Mixboard 는 넣는 게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Stitch 에 아직 공개 안 한 사내 서비스 화면 스크린샷을 던지는 건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 같습니다. 그럴 때는 와이어프레임을 새로 그려서 넣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구글이 요즘 랩스에서 내놓는 것들이 모델 자랑보다 손에 잡히는 도구 쪽에 몰려 있다는 건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받은 인상이었습니다. 파는 게 모델이 아니라 에이전트와 워크플로입니다. 이번 넷도 그렇습니다. 웹사이트를 읽는 마케팅 에이전트, 화면을 이어 붙이는 디자인 도구, 노드로 엮은 자동화, 캔버스 위의 콘셉트 보드. 다 모델이 얼마나 똑똑하냐가 아니라 이걸로 뭘 끝낼 수 있냐를 묻는 모양입니다.

이번에 제일 오래 걸린 건 기능을 아는 게 아니라 조건을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Pomelli 하나만 해도 어떤 글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라고 하고, 어떤 곳은 170개국이라고 하고, 또 어떤 곳은 한국은 안 된다고 적어 놨습니다. 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글들이었습니다. 누가 틀렸다기보다 각자 자기가 본 때의 사실을 적어둔 건데, 읽는 쪽에서는 그걸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실험 단계 도구는 몇 주 만에 조건이 바뀌니까, 석 달 전에 쓴 정확한 글이 지금은 틀린 글이 돼 있는 겁니다. 이 글도 몇 달 지나면 비슷한 처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나 유튜브 소개는 대개 이미 열려 있는 환경에서 찍은 거라서 그걸 먼저 보면 나라, 언어, 계정 조건을 다 건너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라와 언어는 랩스 도움말의 지원 현황 문서에, 계정 조건은 각 도구 시작하기 문서 맨 앞에 있었고, 한도만 문서에 없어서 로그인한 뒤 화면에서 봐야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런 도구를 볼 때 기능보다 나라, 언어, 계정, 한도 카운터를 먼저 볼 것 같습니다. 그 넷을 넘고 나서 기능을 봐도 늦지 않습니다. 반대로 하면 마음에 드는 기능을 다 읽고 나서 로그인 화면 앞에서 돌아 나오게 됩니다. 이번에도 기능 설명을 다 읽고 나서야 Opal 계정 조건을 봤으니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봉제인형 사진 한 장, ChatGPT와 Gemini의 다른 대답

구글은 서울에서 모델이 아니라 에이전트를 판다

AI 부업으로 3개월에 2달러 벌고 50달러를 썼다는 증언을 봤습니다. 그 위에 광고가 네 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