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양산 채널 16개가 넉 달 만에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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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 사이에 큰 AI 양산 채널 16개가 정리됐습니다. 누적 조회수로 47억 회, 구독자로 3,500만 명어치가 한 분기 만에 없어졌습니다. 한국에서 한때 누적 조회 20억 회까지 갔던 '3분 지혜' 같은 채널도 그 안에 있었습니다.
1편에서는 유튜브가 약관에서 단어 하나를 바꾼 게(repetitious에서 inauthentic으로) 어떻게 그 분기 단속의 신호가 됐는지를 적었습니다. 그때 끝에 한 줄로 적은 게 있습니다. 양산은 빨리 망하고, 진짜로 쓰는 쪽은 늦게 큰다. 그런데 그 뒤로 계속 궁금했던 건, 양산이 망하는 동안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였습니다. 그리고 망하는 풍경 바로 옆에서 왜 같은 사람들이 갑자기 강의를 팔기 시작했는지도요.
제일 먼저 든 의문은 이거였습니다. 정말 돈이 되는 노하우라면 왜 굳이 유튜브에 공개해서 경쟁자를 늘릴까.
진짜 돈이 되는 건 대개 공개되지 않습니다. 잘 되는 트레이딩 시그널도, 잘 되는 광고 운영 방식도, 좋은 부동산 매물 정보도 다 비밀입니다. 공개하는 순간 사람들이 몰려와서 내 몫이 깎이니까요. 정보가 한쪽에만 있을 때 돈이 되는 시장은 원래 그렇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AI로 월 1억" 같은 노하우는 유튜브에 대놓고 돌아다닙니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는 본업이 양산에서 강의 판매로 바뀐 경우입니다. 무료 영상은 강의를 팔기 위한 입구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양산 시장이 끝물이라 자기는 빠져나가면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한테 마지막으로 강의를 팔고 나오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결제한 사람이 그 시장의 마지막 보유자가 됩니다. 영어로는 bag holder라고 하더군요. 다들 팔고 나간 다음에 봉지를 들고 있는 사람이요.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아 보였습니다. 공개하는 사람이 바라는 것과 보는 사람이 성공하는 게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이 질문이 저한테 좀 크게 남은 건, 영상을 볼 때는 이런 생각을 잘 안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화면 속 사람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자기 실패담까지 털어놓고, 댓글에 답도 달아주면 이 사람이 왜 이걸 공짜로 알려주는지를 묻는 게 오히려 실례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친절함이 어디서 돈이 되는지를 한 번만 따라가 보면 그림이 꽤 다르게 보입니다. 저는 그 따라가 보는 걸 안 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산 채널은 그렇게 끝나게 돼 있었습니다
양산 채널이 망한다는 게 실제로 어떤 모양인지부터 봤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걸 "운이 나빴네" 정도로 읽었는데, 직접 해본 사람들 기록을 몇 개 붙여놓고 보니 운 문제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유튜브 채널 중에 수익화 기준(구독자 1,000명에 시청 시간 4,000시간)까지 가는 채널은 3% 정도라고 합니다. 얼굴 안 나오는 자동화 채널은 그보다 더 낮고, 거기까지 가는 데 보통 반년에서 2년이 걸립니다. 그동안 영상 제작비, 도구 구독료, 외주 더빙비, 처음에 띄우는 광고비는 다 자기 돈으로 냅니다.
2년 동안 얼굴 없는 채널 12개를 돌린 사람이 Medium에 남긴 기록이 있습니다. 12개 중 3개가 수익화까지 갔는데, 일주일 안에 그 3개가 다 정지됐습니다. 같은 글에 다른 사람 얘기도 나옵니다. 다섯 달 동안 투자해서 천만 원 넘게 잃었다고 합니다.
12개 시작해서 3개 수익화, 0개 생존. 이게 평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얼굴 없는 양산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제일 솔직하게 보여주는 그림 같았습니다.
3개가 일주일 안에 같이 정지됐다는 게 저는 제일 오래 남았습니다. 따로따로 운이 나빴다면 시기가 흩어졌을 텐데, 한꺼번에 갔다는 건 셋이 같은 이유로 걸렸다는 얘기로 읽힙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도구로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으니 같은 데서 걸린 거겠죠. 채널을 여러 개 만들어서 위험을 나눈다고 생각했을 텐데, 실제로는 같은 위험을 열두 번 복사한 셈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힙니다. 반년에서 2년이라는 기간이, 양산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가게를 접은 50대 가장이 퇴직금을 들고 들어왔는데 6개월 안에 안 되면, 그 사람한테는 18개월을 더 버틸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새 채널을 더 빨리, 더 많이, 더 자동화된 도구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양산이 빨라지는 건 이런 식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빨라질수록 유튜브가 말하는 inauthentic 기준에 더 빨리 걸립니다.
그러니까 양산 채널이 무너진 건 단속 한 번 때문이라기보다, 처음부터 그렇게 끝나게 생긴 시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양산에 들어간 사람들한테 제일 필요했던 건 더 좋은 도구가 아니라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없는 사람이 들어오는 시장이라서 다들 시간 대신 양을 늘립니다. 양을 늘리면 단속에 더 빨리 걸리고, 걸리면 시간이 더 없어집니다. 빠져나오기 어려운 고리 같았습니다.
한 번 찍히면 채널째 끝납니다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단속이 어떻게 오는지도 좀 봤습니다.
유튜브가 inauthentic으로 분류하면 영상 하나의 광고가 아니라 채널 전체의 수익 자격을 가져갑니다. 30일 기다렸다가 다시 신청할 수는 있는데, 혼자 운영하는 사람한테 그 30일은 돈이 끊기는 기간입니다. 더빙이나 편집을 외주로 쓰고 있었다면 그달은 그대로 적자입니다.
채널을 옮겨도 잘 안 빠져나가지는 것 같습니다. 같은 사람이 새 채널을 만들어도 기기나 접속 정보, 결제 수단, 채널 정보 패턴으로 묶이면 다시 걸린다고 합니다. 도구로 양산하는 사람은 그 도구가 남기는 패턴 자체가 지문이 됩니다. 자기가 이미 잡힌 줄 모르고 새 채널을 다섯 개씩 더 만든 사람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운영자는 양쪽에서 몰립니다. 이번 채널이 정지되면 한 달 정산이 0이라 다음 달 도구비도 못 낸다는 당장의 압박이 있고, 새 채널을 빨리 만들수록 같은 패턴으로 같이 잡힌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몰리면 나갈 길은 세 가지 정도 같습니다. 정말 자기가 깊이 아는 분야 하나에 진지하게 들어가거나, 양산을 접고 다른 일을 하거나, 자기가 하던 양산 기법을 강의로 만들어 팔거나.
첫 번째는 어렵고 오래 걸립니다. 두 번째는 그동안 들인 돈과 시간을 손해로 인정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빠르고 남는 게 많습니다. 다들 어디로 가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세 번째 길로 가는 사람을 무작정 나쁘게만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몇 달 동안 돈을 쏟아붓고 남은 게 없는데 손에 쥔 거라고는 양산하는 요령 하나뿐이면, 그걸 팔아서라도 손해를 메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문제는 그 요령이 이미 안 된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면서 판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망한 사람들의 다음 영상
양산 채널이 정리되던 그 시기에 한꺼번에 늘어난 영상들이 있습니다. "수익화가 멈춘 후, 이렇게 다시 시작했습니다." "AI 양산은 끝났다. 진짜 부업은 따로 있다." "내가 6개월 만에 강의로 N억 번 비결." "AI 영상 강의 마지막 모집, 시장이 닫히기 전에."
톤이 묘하게 비슷합니다. 하나만 보면 솔직한 고백처럼 들리는데, 여러 개를 이어서 보면 같은 대본을 이름만 바꿔 돌려 쓰는 것처럼 들립니다. 고백이 이렇게 서로 닮을 수가 있나 싶었습니다. 자기 실패를 1분 안에 빨리 인정하고, 그 실패에서 진짜 답을 찾았다고 말하고, 그 답은 강의에서 만나자고 끝납니다. 광고 문구 짜는 방식이 거의 정해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1편에서 슬롭을 다른 채널과 다를 게 없고, 빨리 찍어낼 수 있고, 만든 사람 노력보다 보는 사람 시간이 더 드는 영상이라고 적었는데, 이 강의 영상들도 상당수가 정확히 그렇게 생겼습니다.
계산을 한번 해봤습니다. 양산 채널 영상 한 편의 광고 수익이 천 회당 몇십 원에서 이백 원 사이라고 치면, 10만 회를 받아도 잘해야 2만 원입니다. 30편을 만들면 60만 원이고, 외주비를 빼면 더 줄어듭니다.
반면 20만 원짜리 입문 강의를 천 명에게 팔면 2억 원 가까이 됩니다. 600만 원짜리 마스터 코스를 30명에게 팔아도 1억 8천만 원입니다. 영상 30편이 60만 원이고 수강생 30명이 1억 8천만 원이면 어디로 가야 할지는 너무 분명합니다. 양산이 망해서 강의로 도망친다기보다, 양산을 해본 사람이 강의 쪽 시장이 훨씬 크다는 걸 제일 먼저 알아챈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강의는 양산과 달리 단속 걱정이 별로 없습니다. 유튜브는 반복되는 영상을 잡을 수 있지만, 그 영상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강의를 잡을 이유는 없습니다. 강의는 유튜브 밖에서 결제되니까요. 양산에서 강의로 넘어가는 건 돈이 더 되는 데로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플랫폼이 손댈 수 없는 데로 가는 것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1억 8천만 원이 기법이 진짜 돼서 들어오는 돈이 아니라는 겁니다. 기법이 되든 안 되든 강의는 팔립니다. 문구만 잘 짜면 됩니다.
강의를 파는 사람이 바라는 것
처음 의문으로 돌아가 보면, 그동안 본 영상들은 "제가 찾은 비밀을 여러분께만 알려드립니다"라는 톤인데, 그 비밀을 수억 명이 보는 플랫폼에 올리는 것부터가 비밀이라는 말과 안 맞습니다. 보통은 어떤 노하우가 돈이 되면 그걸 숨깁니다. 남들이 모르는 게 돈이 되니까요.
본업이 강의 판매로 바뀐 경우가 제일 흔한 것 같습니다. 한때는 정말 양산으로 돈을 벌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좁아지고 단속이 들어오면서 그 몫이 없어집니다. 그때 제일 합리적인 다음 단계가 강의를 파는 겁니다. "AI로 돈 벌기" 영상을 조사한 기사를 보면, 이런 영상 대부분이 자기 기법이 아니라 강의나 전자책, 도구 구독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고 합니다. 기법으로 채널을 돌려서 버는 게 아니라 기법을 가르쳐서 번다는 거죠. 그 사람한테 채널은 강의를 팔기 위한 믿음을 쌓는 도구입니다.
그러면 무료 영상은 그냥 광고입니다. 광고 문구 규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눈길을 끌고, 아픈 데를 건드리고, 해결책을 보여주고, 결제로 끌고 갑니다. 강의 값은 한국에서 20만 원부터 600만 원까지 다양한데, 소비자원에 들어온 부업 강의 피해 신고는 대부분 100만 원에서 400만 원 사이였습니다. 적은 돈이 아닙니다.
끝물에서 빠져나오는 경우는 더 어둡습니다. 본인은 이미 양산이 끝났다는 걸 압니다. 단속 패턴이 보이고, 광고 단가가 떨어지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자기를 따라잡는 게 보입니다. 그래서 빠져나가면서 마지막 매출을 만듭니다. 그게 강의입니다. 값이 꺾이기 시작한 걸 새로 사는 사람한테 넘기고 나오는 겁니다. 양산이 더 이상 안 된다는 걸 운영자는 알지만 새로 결제하는 사람은 모릅니다. "마지막 모집", "곧 시장이 닫힌다", "지금이 막차" 같은 문구를 보내고 결제를 받습니다. 결제한 사람이 그 기법으로 양산을 시작할 즈음엔 시장이 이미 끝나 있습니다.
이 얘기가 그냥 상상 같지 않았던 건 두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양산 채널이 정지된 달에 같은 사람의 다음 영상이 강의 광고로 바뀌는 순서가 사람마다 거의 같았습니다. 그리고 소비자원 통계에서 부업 강의 피해 신고 중 "유튜브 채널 수익화" 주제가 두 번째로 많았고, 1년 사이에 네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양산 시장이 끝나간다는 신호와 강의 결제자가 환불을 못 받는 일이 같이 늘고 있었습니다.
두 경우 다 어둡기만 다르지 결론은 같아 보입니다. 강의를 파는 사람한테 중요한 건 결제한 사람이 그 기법으로 성공하느냐가 아니라 결제가 일어나느냐입니다. 결제한 사람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강사 매출은 이미 들어왔습니다. 결제 이후의 일은 강사의 다음 분기 매출에 별 영향을 안 줍니다. 새로 결제할 사람만 계속 들어오면 됩니다.
다른 장사는 손님이 만족해야 다시 오고, 다시 와야 장사가 됩니다. 강의는 한 사람이 두 번 사는 일이 드물어서, 손님이 만족하든 안 하든 다음 손님만 오면 됩니다. 그러면 만족시키는 데 쓸 돈을 다음 손님 데려오는 데 쓰는 게 더 남습니다. 광고가 그렇게 많은 이유가 이거인 것 같습니다.
"가능합니다"가 "벌고 있습니다"로
강의 광고 문구를 보다 보면 계속 반복되는 수법이 하나 있습니다. 이론상 가능한 수익을 강사 자신의 실제 수익처럼 보여주는 겁니다.
영상 안에서는 보통 "이 기법으로 월 1억까지 가능합니다"로 시작합니다.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문장이 30초 뒤에 "제가 이 기법으로 월 1억을 벌고 있고, 여러분도 같은 길을 갈 수 있습니다"로 바뀝니다. 보는 사람 머릿속에는 강사가 월 1억을 번다, 강사를 따라 하면 나도 된다는 연결이 생깁니다.
가능한 최대치와 실제 평균은 거리가 엄청납니다. 최대치는 맨 위 0.1%의 어느 한 달이고, 평균은 한가운데 어디쯤입니다. 둘을 같은 문장에 섞는 순간 그 문구는 거짓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보는 사람이 그 차이를 모르는 건 아닐 겁니다. 다들 "가능하다"와 "번다"가 다르다는 건 압니다. 그런데 영상은 그 둘 사이를 30초 만에 지나가고, 그 사이에 음악과 자막과 강사의 웃는 얼굴이 들어갑니다. 글로 적어놓고 보면 바로 보이는 바꿔치기가 영상 속에서는 잘 안 보입니다. 다시 돌려보는 사람도 별로 없고요.
미국은 이걸 대놓고 단속합니다. FTC 규정은 수익 주장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잠재적이든 실제이든, 매출이나 총수익·순수익에 대한 구체적 수준이나 범위를 전달하는 모든 구두·서면·시각적 표현."
그리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그 시점에 합리적인 근거와 서면 자료를 갖고 있어야 하고, 사려는 사람이 달라고 하면 보여줘야 합니다. 못 보여주면 그 자체로 규정 위반입니다. "이 기법으로 월 얼마 가능"이라는 문구는 자료가 없으면 미국에서는 그것만으로 단속 대상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영상에 자주 나오는 통장 캡처와 정산 화면도 좀 의심스럽게 보게 됐습니다. 믿음을 제일 빨리 얻는 방법이 이런 화면이니까요. 그 캡처는 처음 넣은 돈이 막 들어온 잔고일 수도 있고, 남의 화면일 수도 있고, 순수익이 아니라 총매출일 수도 있고, 어쩌다 크게 터진 한 달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캡처를 여러 영상에 돌려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든 그게 강사가 매달 꾸준히 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총매출과 순수익은 일부러 흐려놓은 경우가 많아 보였습니다. 광고비, 도구비, 외주비, 환불, 카드 수수료, 세금을 빼기 전의 숫자가 화면에 나옵니다. 그걸 다 빼면 3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가 남는다고들 합니다. FTC 규정이 굳이 총수익이냐 순수익이냐를 적어둔 이유가 이거인 것 같습니다. 결제하려는 사람이 봐야 하는 건 총매출이 아니라 자기가 이 강의를 듣고 똑같이 따라 했을 때 손에 쥘 수 있을지도 모르는 돈입니다.
"수강생 OOO님이 월 N원 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N원이 1년 동안 모은 매출일 수도 있고, 한 달 크게 터진 캡처일 수도 있고, 수강생이 처음 넣은 돈일 수도 있습니다. 결제 후에 꾸준히 받는 월수익이라는 말은 문구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없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보장한다고 쓰는 순간 미국 규정 위반이고 한국 표시광고법의 거짓·과장 광고에 걸릴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도 표시광고법이 있고, 공정위가 기만적 광고 심사 지침을 고쳤고, 시행령도 작년 가을부터 세졌습니다. 틀은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 업계를 직접 단속한 사례는 거의 안 보였습니다. 핀플루언서 사칭 사기는 형사 처벌까지 가는데, "월 1억 가능" 강의 광고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는 얘기는 검색해도 잘 안 나옵니다. 미국 FTC가 같은 종류를 두고 Operation AI Comply라는 이름으로 단속해서 돈을 돌려받고 영업 금지 명령까지 받아낸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법이 있는데 아무도 안 쓰면, 파는 쪽은 그 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한 번이라도 누가 처벌받는 걸 봤다면 "월 1억 가능" 같은 문구를 쓰기 전에 한 번은 망설였을 텐데, 그런 장면이 없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단속이 없다는 게 그 자체로 허락처럼 읽히는 것 같습니다.
그 빈틈에서 한국 결제자들이 환불을 못 받고 있습니다. 소비자원 통계를 보면 부업 강의 피해 신고 중 환급 거부와 계약 불이행이 각각 4분의 1이 넘었습니다. 환불을 거부할 때 사업자가 드는 이유는 대개 자료를 이미 줬다거나, 환불이 안 된다는 약관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결제할 때는 안 보이다가 환불하려고 할 때 나오는 약관입니다.
자료를 이미 줬으니 환불이 안 된다는 말은 강의를 자료로만 본다는 얘기 같기도 합니다. 결제한 사람은 자료가 아니라 결과를 사려고 했는데, 파는 쪽은 자료를 넘기는 순간 할 일이 끝난 겁니다. 처음부터 서로 다른 걸 사고판 셈입니다.
숏폼을 가르치는데 돈은 롱폼에서 나옵니다
강의들이 권하는 영상 형식과 실제로 광고 수익이 나오는 형식이 다르다는 것도 걸렸습니다.
MilX 분석을 보면 롱폼과 숏폼의 천 회당 수익이 열 배에서 열다섯 배쯤 차이가 납니다. 8분 넘는 영상에 중간 광고가 들어가면 더 올라가고, 금융이나 보험처럼 광고 단가가 높은 분야는 차이가 훨씬 더 벌어집니다.
그런데 양산 강의들이 제일 많이 권하는 건 얼굴 없는 숏폼입니다. 이유는 단순해 보입니다. 숏폼이 찍어내기 좋고 가르치기 좋으니까요. 카메라를 안 켜도 되고, 출연자가 없어도 되고, AI로 빨리 만들 수 있습니다. 시작하기 쉬워 보일수록 결제가 잘 됩니다.
광고주가 돈을 쓰는 곳은 거기가 아닙니다. 8분 넘는 롱폼의 중간 광고에, 분야를 깊이 아는 채널의 신뢰에, 충성스러운 시청자를 가진 작은 채널에 돈을 씁니다.
저는 여기서 강의 업계가 실제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가 그대로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가 가르치는 건 결제가 잘 되는 형식이고, 진짜 광고 수익이 나오는 데는 거기가 아닙니다. 강사가 버는 방식과 강의가 수강생한테 약속하는 버는 방식이 서로 어긋나 있습니다. 강의는 찍어내기 좋은 숏폼을 가르치면서, 자기는 강의 결제라는 다른 데서 먹고삽니다.
수강생이 강의대로 숏폼을 열심히 만들어서 조회수가 잘 나와도, 손에 쥐는 돈은 생각보다 훨씬 적을 겁니다. 그때 수강생은 자기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다음 강의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숏폼으로 안 되니 이번엔 롱폼 강의, 그다음엔 채널 키우기 강의. 처음 배운 형식이 원래 돈이 잘 안 되는 형식이었다는 걸 모르면 그 사람은 계속 자기 탓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로서 보면 실제로 돌아가는 시스템과 가르치기 좋은 시스템은 다릅니다. 가르치기 좋다는 건 시작하기 쉽고 매뉴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작하기 쉬우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고, 따라 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시장에서 남는 건 0에 가까워집니다. 실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은 매뉴얼로 잘 안 되는 부분, 그 분야 경험과 안목과 책임이 들어가는 부분에서 남는 게 생깁니다. 그건 강의로 찍어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에이전트로 돌리면서도 느끼는 건데, 도구 쓰는 법은 금방 배워도 그 도구로 뭘 만들지, 만든 게 괜찮은지를 판단하는 건 도구가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강의는 앞의 것만 가르칠 수 있고, 돈은 대개 뒤의 것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딸깍으로 만든 제품은 딸깍으로 복사된다는 글에서 적었던 것과 같은 얘기 같습니다.
이 문구는 누구한테 제일 잘 팔릴까
50대와 60대인 것 같습니다. 부업하는 사람 비중이 연령대 중에 제일 높고, 60대 부업자는 1년 사이에 70% 가까이 늘었습니다. 가게 폐업과 희망퇴직이 그 뒤에 있고요. 제가 여기서 멈칫한 건 숫자보다, 저 나이대가 부업을 고르는 상황이 대개 고를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선택지가 많은 사람은 "월 1억"이라는 문구 앞에서 한 번 웃고 지나갑니다. 선택지가 없는 사람은 그 문구를 계산해봅니다.
그 절박함이 부업 강의 시장에서 제일 큰 결제층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5060이 가짜 핀플루언서 사기에 1인 평균 1억 원이 넘게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60대 가장이 유튜버 말을 믿고 퇴직금 4억 원을 넣었다가 다 잃은 일도 있었습니다. 핀플루언서 사기와 AI 부업 강의가 같은 건 아닙니다. 그래도 남의 신뢰를 빌려 쓰고, 수익을 보장하는 듯이 말하고, 예상치를 실제치처럼 보여주는 방식이 많이 닮았습니다. 결제하는 사람의 나이대도 같고 문구의 호흡도 거의 같습니다.
그분들이 결제하려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게가 끝났고, 퇴직금은 줄어들고, 60대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습니다. 그 절박함을 노리는 문구가 매일 만들어지는 시장이 따로 있는 겁니다. 결제하는 사람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절박한 사람을 겨냥한 문구가 거기에 계속 쌓이고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대는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시간이 제일 짧습니다. 30대가 300만 원을 잃으면 아프지만 몇 달 일해서 메울 수 있습니다. 60대가 퇴직금 일부를 잃으면 그건 다시 벌 길이 별로 없는 돈입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잃는 무게가 다르고, 그 무게가 제일 무거운 사람들이 제일 많이 결제하고 있다는 게 좀 씁쓸했습니다.
5060에서 멈추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KBS '추적60분'이 성공팔이 콘텐츠가 10대 사이에서 다단계처럼 퍼지는 걸 다룬 적이 있습니다. 10대한테 "AI로 숏폼 만들면 돈 된다"는 문구는 어른보다 훨씬 쉽게 들어갑니다. 팔로워 수가 곧 성공이라는 생각이 이미 몸에 밴 세대라, 성공팔이가 수강료 대신 팔로워나 조회수나 제휴 수수료를 타고 또래 사이에 번집니다. 돈이 바로 안 오간다는 것만 빼면 다단계랑 모양이 같습니다. 성공을 숫자로만 재는 데서는 그 숫자를 만드는 법을 파는 사람이 늘 이득을 봅니다.
10대는 잃는 게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 더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결제한 게 없으니 피해 신고도 없고 통계에도 안 잡힙니다. 그런데 숏폼 찍어내는 데 쓴 몇 달은 그 나이에 다른 걸 배울 수 있었던 몇 달이기도 합니다. 그건 나중에 누가 돌려줄 수도 없습니다.
소비자원 통계에서 부업 강의 피해 신고가 1년 사이 네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보다 제 눈에 더 들어온 건 결제 금액이었습니다. 신고 대부분이 100만 원에서 400만 원 사이였습니다.
이 금액대가 좀 얄궂습니다. 적은 돈이면 그냥 넘어가고, 정말 큰돈이면 결제 전에 주변에 물어봅니다. 300만 원은 혼자 정하기에 딱 애매한 크기입니다. 큰돈이긴 한데 누구랑 상의할 만큼 큰돈은 아니라고 느껴지는 금액이요. 팔리는 강의 값이 거기 몰려 있는 게 우연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금액은 환불을 다투기에도 애매합니다. 몇만 원이면 그냥 잊고, 몇천만 원이면 변호사를 찾을 텐데, 몇백만 원은 소비자원에 신고는 해보지만 끝까지 싸우기엔 시간과 마음이 더 드는 금액입니다. 파는 쪽에서 보면 결제는 잘 되고 다툼은 적은, 제일 편한 가격대인 셈입니다.
1편의 잣대를 강의에 대보면
1편에서 양산 채널을 볼 때 의도, 검증, 책임 세 가지를 잣대로 세웠습니다. 같은 잣대를 강의에 대보면 거의 모든 데서 똑같이 비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AI 코딩 강의를 결제하기 전에 적었던 글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강의의 문제는 내용보다, 파는 사람이 바라는 것과 사는 사람이 바라는 게 어긋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의도부터 보면, 강사가 수강생의 성공을 보는지 강의 매출을 보는지가 자주 부딪힙니다. 수강생의 성공을 보는 강의라면 기법의 한계를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이 기법은 6개월 안에 결과를 못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거나, 안 되면 환불해주겠다거나, 수강생 평균 순수익이 생각보다 적다거나. 그런 문구로는 결제가 안 나옵니다. 그래서 문구는 매출 쪽으로 흘러갑니다.
검증은 강사가 자기 기법으로 자기 채널을 정말 돌려본 흔적이 있느냐입니다. 기법이 통하는 채널이 강의 안에서 계속 나오는지, 캡처 한 장으로 끝나는지. 강사가 "지금도 그 기법으로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라고 하는데 그 채널 최근 영상이 전부 강의 광고라면, 그 사람 본업은 기법이 아니라 강의입니다. 강사 채널에 기법의 결과물이 얼마나 되고 강의 광고가 얼마나 되는지만 봐도 금방 보일 것 같습니다.
책임은 결제한 사람이 따라 했는데 안 됐을 때 강사가 대답하는 곳이 있느냐입니다. 환불 약관이 어떻게 생겼느냐도요. 환급 거부가 그렇게 많다는 건 업계 전체에 책임이 비어 있다는 얘기 같습니다. 자료를 이미 줬으니 환불이 안 된다는 강의가 책임을 생각하고 만든 강의일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결제 전에 확인해볼 만한 게 몇 가지 보입니다. 강사가 자기 기법으로 자기 채널을 돌려서 번 돈을 보여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강의 매출이나 수강생 사례뿐인지. 통장 화면이 총매출인지 순수익인지. "수강생 N원 달성"이 1년 누적인지, 한 달인지, 처음 넣은 돈인지. 강의가 가르치는 형식이 실제로 광고 단가가 나오는 형식과 맞는지. 환불 약관에 결과가 안 나오면 돌려준다는 말이 있는지, 아니면 자료를 줬다거나 환불이 안 된다는 단서로 막혀 있는지. 강사 채널 최근 영상 중에 강의 광고가 아닌 게 얼마나 되는지. 결제한 뒤에 강사한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길이 있는지.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 질문인데, 이걸 다 통과하는 강의가 한국에 몇 개나 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몇 개 걸리면 결제는 천천히 다시 생각해도 안 늦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걸 확인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막상 결제 직전에는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강의 페이지에는 남은 모집 인원이나 마감 시간이 크게 떠 있고, 그걸 보면 확인할 시간에 놓칠 것 같은 마음이 먼저 듭니다. 서두르게 만드는 문구가 제일 많이 들어가 있는 데가 결제 버튼 바로 옆이라는 게 우연은 아닐 겁니다.
망치를 빌렸다면
1편 끝에 적은 말이 있습니다. 정말 시작해야 한다면 자기가 진짜 아는 분야에서 시작하라는 거였습니다. 그 말 다음 줄을 좀 더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600만 원짜리 마스터 코스를 결제하기 전에, 같은 돈을 자기가 제일 오래 해본 분야에 AI 도구를 붙여보는 6개월에 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식당을 20년 했으면 식당 운영 얘기를 영상으로 만들면서 자막이나 썸네일이나 편집에 AI를 붙여보는 6개월입니다. 자동차 정비를 25년 했으면 정비 노하우를 영상으로 푸는 데 AI를 도구로 쓰는 6개월이고, 공장을 했으면 공장 일의 한 부분을 영상으로 만드는 6개월입니다.
강의 결제와 이 6개월이 다른 건, 강의는 남이 아는 걸 사오는 거고 이 6개월은 내가 아는 걸 꺼내는 거라는 점 같습니다. 남이 아는 건 이미 남들도 다 사 가서 흔해져 있고, 내가 아는 건 나만 꺼낼 수 있습니다. 식당 20년 한 사람의 영상은 식당을 안 해본 사람이 AI로 아무리 잘 만들어도 비슷하게 안 나옵니다.
그 6개월에 600만 원이나 들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AI 도구 구독료와 편집 도구, 외주 한두 번이면 될 것 같습니다. 남는 건 자기 분야 경험이 콘텐츠로 바뀐 6개월입니다. 1편에서 쓴 말로 하면 60달러로 복제되지 않는 것이요. 딸깍으로 만든 제품은 딸깍으로 복사되지만, 도메인 깊이는 복사되지 않는다고 전에 적었는데, 채널도 같다고 봅니다.
이 6개월이 1억을 만들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1편에서도 양산은 빨리 망하고 진짜로 쓰는 쪽은 늦게 큰다고 적었습니다. 분야가 들어간 채널은 첫 영상에서 잘 안 되고, 다섯 번째에서 조금 나아지고, 쉰 번째쯤에서 제대로 자라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6개월에 답이 안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다만 그 끝에는 자기 안목과 자기 콘텐츠와 작은 팬들이 남습니다. 양산 쪽에는 그게 안 남습니다. 채널이 정지되면 그동안 만든 영상도 같이 의미가 없어지고, 다시 시작할 때 들고 갈 게 없습니다. 자기 분야로 만든 채널은 설령 잘 안 되더라도 그 영상들이 그 사람이 뭘 아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망해도 남는 게 있는 쪽과 망하면 아무것도 안 남는 쪽의 차이가 꽤 큰 것 같습니다.
도구는 누구나 똑같이 살 수 있으니 도구로는 차이가 잘 안 납니다. AI 시대에 남는 건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쓰는 사람의 안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목은 600만 원짜리 강의에서 나오지 않고, 자기가 진짜로 만들어본 시간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결제하려는 강의의 강사가 자기 기법으로 돈을 버는지, 그 기법을 가르쳐서 돈을 버는지는 강사 채널만 봐도 대개 보입니다. 기법으로 벌고 있다면 채널에 그 흔적이 있고, 가르쳐서 벌고 있다면 채널에 강의 광고만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이 1편의 뒷얘기라면, 그다음 얘기는 망치를 들고 진짜로 뭔가를 지은 사람들 쪽이 될 것 같습니다. 그건 다른 글에서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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