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Muse가 앱스토어 1위에 오른 건 모델 덕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창가 나무 탁자 위에 엎어 놓은 스마트폰 한 대가 종이 쇼핑백과 접힌 종이, 세워 둔 카드에 가는 빨간 실로 각각 이어져 있는 모습

메타가 9월 8일에 뮤즈(Muse)를 내놨습니다. 개인 AI 에이전트라고 부르는데,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니라 메일을 보내고 여행을 예약하고 결제까지 대신 해주는 쪽입니다. 그리고 2주가 채 안 돼서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1위에 올랐습니다. 챗GPT를 밀어내고요.

이 소식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메타가?"였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AI 이야기를 하면서 메타를 먼저 떠올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이름은 매주 나왔는데 메타는 "라마 만드는 회사" 정도였고, 라마 4 이후로는 그 이야기도 뜸해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AI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못 내던 메타가 뮤즈 하나로 다른 회사들을 제칠 수 있을까.

지금 제가 보고 있는 답은 이렇습니다. 모델로는 아직 못 제칩니다. 그런데 메타는 애초에 모델로 싸우려고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싸움의 규칙을 바꿔서 들어왔고, 그 규칙이 통할지는 기술보다 신뢰에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메타는 AI를 못하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메타가 AI에서 두각을 못 냈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것 같습니다.

메타는 오래전부터 AI를 제일 많이 쓰는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뭐가 먼저 뜰지, 릴스 다음에 어떤 영상이 이어질지, 어떤 광고를 누구한테 보여줄지를 전부 모델이 정합니다. 그 추천 모델이 메타 매출을 만들어 왔고, 그 분야에서는 메타보다 잘하는 회사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건 사용자 눈에 안 보이는 AI였습니다. 아무도 "오늘 인스타 추천 모델 성능 좋네"라고 말하지 않으니까요.

메타가 늦었던 건 눈에 보이는 AI, 그러니까 사람이 말을 걸고 대답을 받는 쪽입니다. 챗GPT가 나온 뒤로 AI 경쟁이 곧 대화형 모델 경쟁이 됐고, 메타는 거기서 계속 뒤에 있었습니다.

두 능력은 생각보다 많이 다릅니다. 추천 모델은 사람이 말하지 않은 걸 맞히는 일을 합니다. 스크롤을 멈춘 시간, 다시 돌려 본 영상, 눌렀다가 바로 닫은 광고 같은 걸 보고 이 사람이 뭘 좋아할지 추측합니다. 틀려도 괜찮습니다. 다음 게시물이 조금 덜 재미있을 뿐이니까요. 대화형 모델이나 에이전트는 반대입니다. 사람이 말한 걸 정확하게 해야 하고, 틀리면 바로 보입니다. 메타는 첫 번째 일에서는 누구보다 오래 단련된 회사인데, 두 번째 일에서는 신입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라마 4가 그 상징 같은 일이었습니다. 2025년 4월 5일에 나왔는데, 발표 자료에서는 LMArena라는 사람 투표 순위표에서 상위권이라고 했습니다. 며칠 뒤 그 순위표에 올린 모델이 실제로 공개한 모델과 다른 버전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대화용으로 따로 손본 실험 버전이었다고 합니다. 메타 쪽은 테스트 세트로 학습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품질 문제는 급하게 배포하면서 생긴 버그라고 해명했습니다(VentureBeat 보도).

해명이 맞든 아니든 남은 인상은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메타가 낸 점수는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는 것. 라마는 원래 "무료로 풀어줘서 고마운 모델"이었는데, 그 고마움이 의심으로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다음 메타가 한 일은 돈을 쓰는 거였습니다. 2025년 6월에 Scale AI 지분 49%를 143억 달러에 사고, 창업자 알렉산드르 왕을 데려와 Meta Superintelligence Labs(MSL)를 만들었습니다. 연구자 영입 연봉 이야기로 한동안 기사가 끊이지 않았고요. 그리고 올해 4월 8일에 그 조직의 첫 모델인 Muse Spark가 나왔습니다. 메타는 9개월 동안 AI 스택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메타 Muse Spark 발표).

Muse Spark가 나쁜 모델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날 Artificial Analysis가 매긴 종합 지수에서 52점, 4위였습니다. 앞에 Gemini 3.1 Pro, GPT-5.4, Claude Opus 4.6이 있었습니다(Artificial Analysis 분석). 이미지를 보고 이해하는 쪽은 2위였고, 같은 시험을 치르는 데 쓴 토큰이 Claude Opus 4.6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효율은 좋았다는 뜻입니다.

걸리는 건 뮤즈한테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실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에이전트 과제 점수는 Claude Sonnet 4.6이나 GPT-5.4보다 낮았습니다. 에이전트 제품을 내면서 에이전트 점수가 제일 약한 모델을 올린 셈입니다. 그 뒤로 1.1, 1.2, 1.3까지 버전이 계속 올라갔으니 지금은 차이가 좁혀졌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원문으로 확인한 공식 비교는 4월 것뿐이라, 여기서 순위를 새로 매기지는 않겠습니다.

어쨌든 "메타가 드디어 최고 모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4위 모델입니다. 좋은 4위.

그래서 1위 기사가 더 이상하게 읽혔습니다.

13일 만에 180만 건이라는 기록

앱토피아 집계로는 뮤즈가 출시 후 13일 동안 180만 건 다운로드됐습니다. 챗GPT가 앱을 처음 냈을 때 같은 기간 기록은 130만 건이었습니다(AI타임스 보도). 9월 18일에는 미국 앱스토어 무료 1위에 올랐고, 메타 주가는 11% 올랐습니다(머니투데이 보도).

숫자만 보면 챗GPT를 넘은 겁니다. 그런데 이 비교는 두 회사가 놓인 조건이 너무 다릅니다.

챗GPT가 2023년 5월에 iOS 앱을 냈을 때, 오픈AI는 사람들한테 알림 하나 보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웹에서 써본 사람이 앱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앱스토어에 들어가서, 직접 검색해야 설치가 됐습니다. 이미 쓰고 있는 앱 안에서 누가 권해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뮤즈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메타 가족 앱, 그러니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를 매일 쓰는 사람이 올해 6월 평균 36억 명입니다(메타 2분기 실적 발표). 인스타그램 피드 사이에 배너 하나만 넣어도 챗GPT가 2023년에 가졌던 모든 경로보다 넓습니다. 게다가 뮤즈는 iOS와 안드로이드로 동시에 나왔고, 챗GPT는 iOS가 먼저였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 기록을 "뮤즈가 챗GPT보다 매력적이다"로 읽지 않습니다. "메타가 사람한테 뭔가를 깔게 만드는 능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쪽이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그건 메타가 원래 잘하던 일이고, 이번에 새로 증명된 건 거의 없습니다.

하나 더 걸리는 게 있습니다. 앱은 한 번 설치하면 끝이지만, 에이전트는 계속 써야 가치가 생깁니다. 호기심에 깔아서 메일 하나 보내보고, 식당 한 번 잡아보고, 그 뒤로는 안 여는 사람이 대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에이전트한테 일을 맡긴다는 건 습관을 바꾸는 일이라,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게 일어납니다. 진짜 성적표는 연말쯤 나올 텐데, 그때 봐야 할 건 석 달 전에 깐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번 주에도 뭔가를 시켰느냐입니다. 그 숫자는 아직 아무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규칙을 바꿨다는 건 무슨 뜻인가

그래도 저는 메타가 헛발질을 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꽤 계산된 판단 같습니다.

지난 2년 동안 AI 경쟁의 질문은 사실상 하나였습니다. 누구 모델이 제일 똑똑한가. 새 모델이 나오면 벤치마크 표가 돌았고, 몇 점 올랐는지로 이겼다 졌다를 따졌습니다. 이 게임에서 메타는 계속 졌습니다. 라마 4에서는 점수판에 손을 댔다는 소리까지 들었고요.

에이전트가 받는 질문은 그것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에이전트한테 "이번 주 토요일 저녁 7시에 네 명 앉을 수 있는 이탈리안 식당 잡고, 친구들한테 알려줘"라고 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일에는 똑똑함이 생각보다 덜 필요합니다. 필요한 건 식당 예약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느냐, 예약금을 제 카드로 낼 수 있느냐, 제 캘린더에 일정을 넣을 수 있느냐, 친구들이 쓰는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느냐입니다. 이 넷 중 하나라도 연결이 안 돼 있으면 에이전트는 "예약 사이트 링크를 드릴게요"로 끝납니다. 벤치마크 5점 차이는 여기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경향신문은 이걸 서비스 '연결망' 경쟁이라고 불렀는데, 적절한 표현 같습니다(경향신문 보도). 구글은 제미나이에 티켓마스터와 오픈테이블을 붙이고 있고, 오픈AI도 챗GPT에 오픈테이블을 붙였습니다. 메타는 결제를 스트라이프의 Link로 처리하고 쇼피파이의 Shop Pay를 곧 붙인다고 했습니다(메타 뮤즈 발표). 9월 23일에는 베스트바이, 갭, 세포라, 월마트, 웨이페어, 익스피디아, 인스타카트, 페이팔까지 파트너 목록을 늘렸고, 개발자 연동 신청이 1주일도 안 돼서 1,500건을 넘었다고 밝혔습니다(TechCrunch 정리).

이 목록을 보면 메타가 뭘 사 모으고 있는지 보입니다. 에이전트가 결제 버튼까지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메타한테는 다른 회사가 흉내 내기 어려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왓츠앱입니다. 미국 밖의 많은 나라에서는 가게와 손님이 왓츠앱으로 주문하고 예약합니다.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가게에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 그 메시지가 오가는 통로를 이미 가진 회사는 메타뿐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톡을 가진 회사가 에이전트를 내는 것과 비슷한 그림입니다. 모델이 조금 떨어져도 그 통로 하나로 메워지는 부분이 꽤 클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게 메타가 이번에 제일 잘 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게임에서 계속 지고 있었으면 자기가 이길 수 있는 게임으로 판을 바꾸는 게 맞습니다. 에이전트 시대의 질문을 "누가 제일 똑똑한가"에서 "누가 사람 손에 제일 먼저 닿는가"로 바꾸면, 4위였던 메타가 갑자기 1위 후보가 됩니다.

물론 이 기준으로 보면 메타보다 나은 조건을 가진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구글입니다.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기본으로 깔려 있고, 지메일과 캘린더와 결제 수단까지 이미 사람들 계정에 묶여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필요로 하는 연결을 제일 많이 가진 회사는 사실 구글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에이전트 기사의 주인공이 메타라는 건, 연결을 가진 것과 그걸 에이전트에 넘겨줄 각오가 있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뜻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금 뒤에 광고 얘기를 하면서 다시 나옵니다.

아마존이 뮤즈를 막은 이유

규칙이 바뀌었다는 걸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건 메타가 아니라 아마존이었습니다.

9월 20일에서 21일 사이에 아마존이 뮤즈의 접속을 막았습니다. 허락 없이 들어왔고, 자동화된 에이전트라는 걸 밝히지 않았고, 고객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마존은 고객 대신 다른 사업자에게서 물건을 사주겠다는 서드파티 앱은 투명하게 운영되고 서비스 제공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GeekWire 보도). 메타는 로그인 정보가 별도 보관소로 가고 에이전트 본체는 그걸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보안 논리만 보면 아마존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누군지 밝히지 않는 프로그램이 고객 계정으로 결제를 하는 건 쇼핑몰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미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구글과 오픈AI의 쇼핑 에이전트도 막았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네 쇼핑 에이전트인 Buy for Me는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의 에이전트는 다 막고 내 에이전트만 들여보내는 모양새입니다.

저는 이걸 보안 문제라기보다 누가 계산대 앞에 서느냐의 문제로 봅니다. 아마존 매출에서 광고 비중은 계속 커져 왔는데, 그 광고는 사람이 검색 결과를 내리면서 봐야 돈이 됩니다. 에이전트가 대신 사면 결과를 내려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에이전트는 "스폰서" 딱지가 붙은 상품에 눈길을 주지 않고, 제가 정한 조건에 맞는 걸 고를 뿐입니다. 아마존 입장에서 뮤즈는 광고판을 치워버리는 손님입니다.

그러니까 이 싸움에서 메타의 진짜 상대는 오픈AI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모델 성능은 오픈AI와 겨루지만, 에이전트 사업의 성패는 아마존 같은 회사가 들여보내 주느냐에 걸려 있습니다. 파트너 목록에 월마트는 있고 아마존은 없는 게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메타도 광고 회사라는 점

여기서 좀 이상한 구석이 하나 보였습니다.

아마존이 뮤즈를 싫어하는 이유가 에이전트는 광고를 보지 않아서라면, 메타야말로 그 이유로 뮤즈를 싫어해야 하는 회사입니다. 인스타그램 수익은 사람이 피드를 내리면서 광고를 보고 누르는 데서 나옵니다. 뮤즈가 잘될수록 사람이 직접 상품을 찾아 헤매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그러면 인스타그램 쇼핑 광고는 누가 보나요.

메타가 9월 23일에 한 말이 이 질문에 대한 답처럼 들렸습니다. 많은 양의 토큰을 무료로 제공하고, 시간이 지나면 거래에서 작은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내겠다는 겁니다(TechCrunch 정리). 광고가 아니라 거래 수수료입니다.

이게 진심이라면 메타는 자기 광고 사업을 스스로 줄일 수도 있는 제품에 회사의 다음 10년을 걸고 있는 겁니다. 저는 뮤즈에서 이 부분이 제일 과감한 결정 같습니다. 모델 점수로는 못 이기니까, 다른 회사들이 못 건드리는 걸 건드린 거죠. 오픈AI나 앤트로픽은 원래 광고 사업이 작거나 없어서 잃을 게 별로 없고, 구글은 검색 광고가 너무 커서 에이전트가 그걸 갉아먹는 방향을 세게 밀기 어렵습니다. 메타도 구글과 같은 처지인데, 메타는 먼저 그 위험을 감수하기로 한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반대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뮤즈 발표문에는 대화를 메타 광고 시스템과 공유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메타 뮤즈 발표). 끌 수 있다는 건 기본값은 켜져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에이전트는 제 메일과 일정과 구매 기록을 다 보는데, 그 내용이 광고 시스템에 넘어갈 수 있는 구조라면 뮤즈는 광고를 포기한 게 아닙니다. 광고에 쓸 재료를 지금보다 훨씬 깊이 모으는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두 해석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메타 자신도 아직 정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애매함이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신뢰는 사고가 난 뒤에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TechCrunch는 뮤즈 출시 당일 기사 제목에 "소비자가 믿어줄까"라는 질문을 달았습니다(TechCrunch 보도). 기사에는 메타의 기록이 쭉 나옵니다. 2011년 FTC 합의, 2019년 50억 달러 합의금, 같은 해 비밀번호를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저장해 둔 게 드러난 일, 그리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메타도 이걸 알고 있어서, 뮤즈 발표문의 상당 부분이 보안 설명입니다. 뮤즈는 사용자마다 분리된 클라우드 가상 머신에서 돌아가고, 인터넷으로 나가는 행동은 Sentinel이라는 별도 에이전트가 한 번 더 승인합니다. 앱마다 권한을 따로 줄 수 있고, 뮤즈는 비밀번호나 결제 수단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연말에는 메타도 데이터를 볼 수 없는 종단 간 암호화 버전을 낸다고 했습니다.

설계만 놓고 보면 꽤 공들였습니다.

다만 이 설계에는 피할 수 없는 고민이 하나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운동화 한 켤레를 사달라고 했다고 해보겠습니다. 뮤즈는 브라우저를 열어 쇼핑몰에 들어가고, 사이즈를 고르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 화면까지 갑니다. 이 중 어디에서 사용자에게 확인을 받아야 할까요. 결제 직전에 한 번만 물으면, 그 앞에서 엉뚱한 사이즈를 골랐을 때 사용자는 결제 버튼을 누르면서도 그걸 못 볼 수 있습니다. 단계마다 물으면 안전하지만, 그러면 제가 직접 사는 것보다 손이 더 갑니다. 사람은 확인 창이 다섯 번째쯤 뜨면 내용을 안 읽고 누르기 시작합니다. 에이전트가 편해질수록 사람의 확인은 형식이 되고, 확인이 형식이 될수록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 흐릿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신뢰가 이런 설계로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는 반드시 틀립니다. 메타 뮤즈만 그런 것도 아니고, 지금 에이전트 기술은 다 그렇습니다. 이름이 비슷한 다른 식당을 잡고, 날짜를 하루 밀어서 비행기를 예약하고, 받는 사람을 잘못 골라 메일을 보냅니다. 코딩 에이전트를 써본 사람이라면 시킨 일을 하다가 엉뚱한 파일을 건드리는 걸 한 번쯤은 봤을 겁니다. 코드는 되돌리면 되지만, 이미 결제된 비행기 표나 보내버린 메일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수억 명이 쓰면 그중 몇 건은 반드시 뉴스에 나옵니다.

문제는 그 첫 기사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뭐라고 반응하느냐입니다.

같은 사고가 앤트로픽이나 애플에서 나면 "AI가 아직 이 정도구나" 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메타에서 나면 "역시 메타"가 먼저 나올 겁니다. 기술적으로 똑같은 실수여도 사람들이 읽는 방식이 다릅니다. 메타는 사고 한 건의 비용이 다른 회사보다 훨씬 비싼 회사입니다.

그래서 저는 뮤즈의 성패가 몇 달 안에 한 번은 나올 첫 대형 사고와 그 대응에서 정해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36억 명에게 한 번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은, 사고 소식도 같은 규모로 퍼뜨립니다. 배포망이 강점인 만큼 사고가 났을 때 돌아오는 부담도 같은 크기입니다.

아마존 차단도 이렇게 보면 좀 무섭습니다. 아마존은 보안을 이유로 댔고, 그 이유가 맞든 아니든 "메타 에이전트가 고객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는 것 같다"는 문장이 이미 여러 기사에 실렸습니다. 사고가 나기도 전에 의심이 먼저 퍼진 겁니다. 메타가 해명을 했지만, 해명은 늘 의심보다 덜 읽힙니다.

그래서 제칠 수 있을까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지금은 이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모델로 다른 회사를 제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메타는 그 싸움에서 한발 물러섰고, 그 판단은 맞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점수표를 확인하던 걸 언제부턴가 그만뒀는데, 쓰는 사람 입장에서 상위권 모델끼리의 차이는 이미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메타가 그 틈을 봤다면 잘 본 겁니다.

대신 메타는 "AI가 대신 일을 해주는 앱을 보통 사람 손에 처음 쥐여준 회사"라는 위치는 이미 가져갔습니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은 지금까지 에이전트 활용 사례가 일반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는데(AI타임스 보도), 저도 그렇게 봅니다. 개발자한테 에이전트는 이미 매일 쓰는 도구지만, 개발자가 아닌 사람 대부분의 휴대폰에는 아직 그런 게 없습니다. 메타는 그 휴대폰에 제일 먼저 도착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CNBC는 메타가 오픈AI보다 먼저 소비자용 AI 기기 시장에 들어갔지만 저커버그의 전략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기사 제목을 달았습니다(CNBC 보도). 저도 딱 그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도착한 것과 이긴 것은 다릅니다.

아, 그리고 이건 아직 미국 이야기입니다. 뮤즈는 지금 미국에서 쓸 수 있고, 한국 출시 일정은 나온 게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비슷한 통로를 쥐고 있어서, 메타가 들어와도 왓츠앱이 주는 만큼의 이점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식당 예약은 네이버 예약으로, 선물은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장보기는 쿠팡으로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뮤즈가 한국에서 제대로 일하려면 이 회사들이 들여보내 줘야 하는데, 앞에서 본 아마존의 계산이 여기서도 똑같이 성립합니다. 에이전트가 대신 사면 광고를 볼 사람이 줄어들고, 이 회사들은 각자 자기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아마존이 한 일을 한국에서는 여러 회사가 동시에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사용자한테 뮤즈는 한동안 "미국에서 잘된다던 그거"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올해 안에는 Muse Charm이라는 열쇠고리만 한 기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그때쯤이면 계속 쓰는 사람 이야기가 조금은 나올 것 같고, 그 이야기를 들어봐야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확인한 자료

확인일은 2026년 9월 27일입니다. CNBC 기사는 본문이 열리지 않아 제목만 확인했습니다. Muse Spark 1.3의 최신 순위는 공식 자료로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 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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